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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세월호 운동, 무엇을 해왔으며 어디를 향해야 할까

세월호참사는 한국 사회에 큰 파급을 남긴 만큼이나 운동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진 사건이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참사 초기 피해자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와 긴급 간담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 운동에 함께 해왔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역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416연대, 416재단, 노란리본인권모임 등으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작년 노란리본인권모임에서는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과 『잊지 않고 싶은 당신에게 – 재난 피해자의 권리로 말하다』 핸드북을 발간했는데요. 이제부터 다시 사랑방이 펼쳐나갈 운동을 가늠해보기 위해서, 지난 6년여 시간동안의 ‘세월호 운동’을 정리하고 전망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어디쯤 왔나

세월호참사는 ‘국가가 국민을 구하지 않은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남아있습니다. 당시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서 모두가 지켜본 서해 앞바다는 구조와 수습에 정신없는 현장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해경과 스스로 탈출하는 승객들이 있는, 누구도 구조하지 않는 현장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한국 사회에는 재난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2014년 당시 서해 앞바다에서 해경과 선원들의 구조 방기를 지켜본 국민들은 세월호참사를 사고가 아니라 ‘사건’으로 만들었으며, 이후 세월호 운동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요구를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 투쟁과 2015년 정부 시행령안 반대 투쟁, 이후 선체조사위원회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검찰 특별수사단에 이르기까지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은 운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으며, 이는 2020년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는 언제나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아왔으며, 지금은 더욱 그러합니다. “6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안 끝났어?”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기도 어렵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운동 내부에서도 여러 이견과 갈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조사결과보고서를 두 종류로 발간했습니다. 세월호의 급변침과 침몰 원인에 대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내인설’과 ‘열린 안’이라는 제목으로 각각의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찾는 것만이 목표가 될 때, 이미 밝혀진 사실을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지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을 돌아보고 점검하게 된 배경입니다.

세월호참사는 발생한 순간부터 이미 국민적인 경험이었고,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직·간접적 피해자로서 세월호참사를 함께 겪어왔습니다. 재난참사의 진상규명은 그저 사실들의 나열만으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 ‘사실’은 ‘진실’이 될 수 있으며, 그 진실을 구성해나가는 과정은 사회적이어야 합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검찰 특별수사단이 수사와 조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않으면 사실은 밝혀낼지언정 진실을 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구성해나갈 운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생명과 안전의 권리’는 한국 사회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나

“세월호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외침에서 드러나듯이,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생명과 안전’이라는 화두를 주요하게 등장시켰습니다. 국가보안법, 공공안전, 치안과 같이 국가가 휘두르는 감시와 통제의 언어였던 ‘안전’은 세월호 이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2015년 메르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노동자 사망과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사망,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며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요구는 정부와 국회뿐 아니라 기업을 압박하는 힘으로 이어졌습니다.

세월호참사 초기 인권단체들은 존엄과 안전위원회를 구성, 자유팀·평등팀·안전대안팀으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각각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평등한 애도, 통제가 아니라 권리로서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 있었습니다. 이후 2015년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제정운동을 통해서 생명과 안전의 권리와 그를 보장할 국가의 책임을 명시했고, 안전대안팀의 고민은 2020년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와 생명안전시민넷으로 이어집니다.

이제 재난뿐 아니라 여타 사회의 안전 영역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국가의 의무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문제는 이 의무를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국가는, 혹은 기업은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강한 규제와 처벌’을 도입합니다. 인권운동은 규제와 처벌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강한 규제와 처벌만으로 국가의 의무를 다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생명과 안전이 권리라면, 권리의 주체인 시민들이 스스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량과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노동을 포함한 삶의 여타 영역에서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 개헌안과 여타의 법 개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를 내세웠고 나름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내용은 규제와 처벌로만 채워지고 있지는 않나 우려하게 됩니다. 현재 사회가 요구하고 정부가 화답하는 생명안전 정책의 내용과 방향은 여전히 경합 중입니다. 규제와 처벌뿐 아니라 권리 주체인 시민들의 역량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을 만들어가는 게 인권운동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생명과 안전의 권리’를 둘러싼 사회의 움직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내용의 2차 워크숍을 7월 말 진행하려 합니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포함한 방향을 더 확실히 하는 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