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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저임금의 현실에 맞서는 새로운 임금담론 모색을 위한 간담회

지난 9월 16일 사랑방 임금팀에서 준비한 간담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임금정책이 아닌 임금담론을 모색하기 위해서 꾸준히 고민을 이어온 임금팀에서는 임금이 어떻게 하면 투쟁의 언어가 되고 조직화의 언어가 될 수 있을지 지금도 고민의 연장선에 있는데요. 약 일 년 반의 기간 동안 내부 세미나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 오다가 이번 간담회를 통해서 첫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의견들을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덕분에 실제 서울 남부지역 공단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뿐만 아니라 인권활동가, 연구자, 노조 활동가 등을 같은 자리에서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국사회의 노동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이뤄낸 임금정책이나 노동자에 대한 대우, 권리, 계급의식 등이 정점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신경영 전략이니 신자유주의니 하는 자본의 끊임없는 공세 속에서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후퇴한 결과가 지금의 현실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노조 간판하나 내걸기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어려움에 마주하게 되는 현실 속에 놓여있는 것이지요. 그 와중에 임금은 생활임금을 이야기하고 생계비를 이야기하지만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한 달에 200만 원을 번다는 사실은 최저임금에 맞춰 그만큼 장시간 노동을 할 뿐임을 의미하죠. 임금의 문제는 임단협이라는 테이블을 갖출 만한 회사에서나 고려대상이 되고 무수히 많은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자가 사장 걱정하고 회사 걱정하는 판국에 생계비 임금담론이나 생활임금제 같은 이야기는 투쟁의 언어가 아닌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임금은 한국사회 노동자들의 공통의 삶의 조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어디 자동차 공장 노동자의 임금이 얼마나 높다고 떠들어 대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죠. 그리고는 임금피크제니 뭐니 하는 그럴싸하지도 않은 제도들만 내놓으면서 이러면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처럼 떠드는 언론, 정부 그리고 자본에게 계속 공격당하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들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임금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임금 또한 우리의 인권이고 권리인 것이지요. 지난 운동의 역사에서 살펴보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그저 주는대로가 아니라 임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고자 임금 명세서를 요구하는 투쟁을 했고, 지금은 유효한 투쟁의 언어로서 생계비 임금담론이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최초는 나의 생계비만큼은 받겠다는 외침 속에서 탄생한 투쟁의 언어였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우리가 왜 이만큼은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만 애를 쓰고 있지만 사실 그 문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을 하면서 외치는 것은 얼마의 임금이 오르면 우리의 삶은 엄청나게 변화한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사회도 이곳의 상황과 정세 등에 맞게 새로운 담론을 던져야만 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임단협과 상관없고 최저임금에만 의존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귀를 기울이고 함께 싸울 수 있는, 지나는 발을 붙잡을 수 있는 그런 담론과 투쟁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캐치프레이즈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전체 사회운동적인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래서 개별적인 사업체들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임금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러저러한 고민들의 연장선에서 임금팀은 계속해서 고민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다만 첫 발을 떼면서 지금까지와 같은 공부 중심보다는 충분히 추상수위가 높은 고민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기까지 했기에 구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민을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여러가지 궁리를 또 해야 하겠죠. 그래서 앞으로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평가와 더불어 계획에 대한 고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임금팀은 이런 연장선 속에서 고민을 이어가면서 종종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