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논평] 대법원의 ‘이석기 등의 내란음모 사건’ 판결에 부쳐

더 많이 ’음모’하고, ‘선동’하자!

[논평]

대법원의 ‘이석기 등의 내란음모 사건’ 판결에 부쳐

- 더 많이 ’음모’하고, ‘선동’하자!

지난 1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석기 등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내란선동은 유죄, 내란음모는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구체적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내란음모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음모 행위와는 별개로, ‘소망(내란)을 이루자’고 선동했는데, 이 행위는 청중의 마음속에 범행 결심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내란선동을 유죄로 판단했다. 음모하지도 않은 내란을 선동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게다가 헌재는 대법원의 판결을 앞지르면서 통합진보당 해산과 함께 의원직을 박탈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진 과도한 압수수색과 체포로 인해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지독한 마녀사냥에 고통 받아야 했다. 헌재와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미친 파장은 상당하다. 사법부도 이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판결 직후 한 피고인의 가족은 “문제가 됐던 강연에서 ‘5분 동안 말한 것’이 내란선동이 되고 그 이유로 징역 5년을 살아야 한다는 판결에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 억울하다”고 말했다.

돌이켜보자. 2013년 8월 28일,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 등 10명의 자택 및 사무실 1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때, 국정원은 내란음모 혐의를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한 달 뒤, 이석기 의원은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었고, 두 달 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이듬 해, 12월 19일, 통합진보당은 강제 해산되었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이 해산되고, 관련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내란’으로 시작되는 혐의에 의해 처벌받는데 소요된 시간은 고작 1년하고도 6개월 남짓이다.

법무부는 더욱 발 빠르게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을 기조로 헌법 가치를 수호한다는 미명아래 안보 위해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위헌정당 해산 후속조치 철저 이행 등 국가안보 위해세력 척결, 친북사이트, SNS를 통한 선전·선동, 유언비어 유포를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맞서는 우리의 움직임은 사법부가 판단한 ‘내란’과 ‘음모’, 그리고 ‘선동’이 얼마나 허약한 근거 아래서 내려진 것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견고하게 다져나가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다. 또한 법무부가 이어가려는 공안 정국에도 거센 비판의 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이는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야기할 뿐 아니라 ‘저항하는 모든 이들’을 ‘종북’으로 덧씌워 탄압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말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든지 이 체제를 넘어서는 것을 포함한 무궁무진한 사상들을 마음껏 상상할 것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과 토론하고, 연대의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것이 곧 인권이며,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바이다.

2015년 2월 4일

인권단체연석회의(*),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참교육학부모회,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활짝’, 인권운동공간‘활’,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단체는 다음과 같음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새사회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인권연대, 인권교육센터‘들’,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DPI,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KAN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