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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건강권

‘우리 모두를 위한 파업’, 성과-퇴출제 저지를 위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동시파업이 2주 째 지속되고 있다. 10월 5일 현재 철도·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서울대병원 등 공공기관 10개 사업장 노동자 4만 4천여 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중이다.

성과-퇴출제란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일방적이고 불법적이었으며 인권을 침해하기까지 했다. 노조와 상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날치기로 처리하거나,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 개정안에 동의하도록 개별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인격모독, 감시와 감금, 협박도 있었다. 어떻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조건을 개악하면 되는지,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재벌들에게 보여주는 꼴이다.

성과주의, 빗나간 화살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성과주의가 도입되면 더 질 좋은 공공서비스가 제공될 것인가? 아니다.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죽음의 기업’ KT가 대표적이다. KT는 일정 비율이 정해진 인사고과 등급을 연봉에 반영하는 고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상시적 구조조정과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자 직원끼리 서로 경쟁자로 여기는 문화가 팽배해졌다. 고과를 평가하는 상급자들의 눈치 보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아프고, 과로사하거나 자살했다. KT직원 사망자 중 자살자는 일반인 비중의 2배였다.
구의역 청년 하청 노동자의 죽음도 성과주의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등 지하철 또한 경영평가를 받는데, 평가의 핵심 기준은 비용 절감이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되는 예산을 따내기 위한 돈벌이 경쟁이 발생했다. 공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후한 시설과 장비를 방치했다. 무엇보다 인력을 대폭 줄였다.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 안전 조치를 담당해야할 안전 인력을 외주화했다.

이미 민간기업은 성과연봉제인데, 공공기관만 예외인가? 정반대로 한국이 예외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GM, GE, 미쓰비시, 어도비 등 많은 초국적기업들조차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철회했다. 또한 공공서비스에 성과연봉제가 제대로 작동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OECD등 해외 선진국 경험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병원직원 성과급제의 위험

이렇게 성과연봉제와 성과주의는 실적 경쟁을 부추겨 무의미한 노동 강도 강화, 고용불안과 저임금, 노조탄압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은 권리를 빼앗기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 또한 침해된다. 또한 비용절감 경쟁으로 인해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되는데 공공서비스라는 특성상 이는 공공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와 이를 제공받는 시민 모두를 위협한다.

병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서 알 수 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병원들은 감염관리에 소홀했고 그 결과 병원에 온 환자와 병원 노동자 모두 메르스에 감염되었고 37명이 사망했다. 박근혜 정부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공공기관 성과주의를 통해 공공의료를 파괴하고 있다.

병원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보통 병원의 진료활동을 계량화할 수 있는 진료 수입이나 환자 진료건수 등이다. 그러므로 성과제는 과잉의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성과급제와 그에 따른 보너스로 계약한 의료인은 월급제로 계약한 의료인에 비해 8.5배나 더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불필요한 의료라는 것은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수입을 올리는 방법이 과잉의료라면,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병원 인력을 줄이고, 저질 재료를 사용하는 등 서비스 질을 낮추는 것이다. 이 또한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병원 직원 개개인을 성과로 평가한다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한 사람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모든 직원들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위급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려면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자기 담당 환자를 제쳐두고 함께 해야 한다. 다른 의사·간호사가 그 빈자리를 다시 채운다. 이 뿐만 아니다. 병원을 깨끗이 청소하고, 폐기물을 잘 분류해서 폐기하는 것, 위생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 등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노동의 협력이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성과 측정은 병원 노동자들이 특정 평가 지표에만 신경 쓰게 만들면서 의료를 왜곡할 위험이 높다.

공공부문 총파업 때 참여자들이 든 손피켓 <사진 출처-민중언론 참세상, 정운 기자>

▲ 공공부문 총파업 때 참여자들이 든 손피켓 <사진 출처-민중언론 참세상, 정운 기자>


성과연봉제와 우리의 건강권

성과연봉제의 문제는 공공부문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땅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직결되는 노동개악의 문제이고, 건강권, 주거권 등 사회권을 실현시킬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문제로, 우리 모두의 문제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반민중적 행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살인진압을 인정하지 않고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을 강제부검하려 하고, 성주, 김천의 주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드를 배치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요구를 아직도 외면하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 생명, 존엄과 안전을 파괴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결된 파업 투쟁은 이런 현실을 폭로하는 분노의 메아리면서, 우리가 뜻을 모으고 힘을 모으면, 공공기관, 국가, 나아가 세상을 바꿔나갈 힘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아리가 될 수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파업을 지지하고 함께 투쟁하자.
덧붙임

김태훈 님은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으로 보건의료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