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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위험정보에 대한 우리의 알 권리

최근 두 달 사이 서울, 수원, 춘천, 광주, 인천, 목포 등 전국 곳곳에서 연일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지하에 생긴 빈 공간으로 인해 땅이 갑자기 꺼지는 지반침하 현상을 우리는 흔히 ‘싱크홀’ 이라고 부르는데, 싱크홀은 지하에서 진행되어 위험 요소가 눈에 보이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시민 개인이 전혀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과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싱크홀과 관련한 사전 공개정보를 살펴보던 중,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go.kr)에서 국도교통부가 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2014년에 발행한 “싱크홀 유형별 원인조사 및 정책 제언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찾았다.

보고서에서는 전국 광역시도의 2009년부터 2014년 9월까지 5년간 지반침하 발생건수 현황을 분석하고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지반 침하 건수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해온 지차제가 서울시 뿐 이었고, 집계나 이력관리가 전혀 없는 지차제도 많아 씽크홀에 대한 위험관리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2010년부터 2014년 7월까지 도로함몰 현황에 대한 통계가 연도별, 원인별, 공동(구멍)크기별, 지역별 건수로 꽤 자세하게 분석되어 있어 현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부터 도로함몰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공동크기별로는 1㎡이하인 경우가 2803건으로 90%이지만 1㎡ 이상의 규모가 큰 공동도 316건으로 4년 반 동안 연평균 70건이 넘는다.


평균 함몰이 가장 많은 지역은 역시 제2롯데월드 건설과 9호선 연장공사로 끊임없이 안전문제가 제기되었던 송파구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의 경우 지하굴착이나 상하수도 누수 등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상하수도관 매설 연수가 흐를수록 계속해서 도로 함몰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의 현황을 알아보려고 보고서의 자료를 토대로 서울시에 2014년~2016년 5월 현재까지 연도별. 월별, 발생 원인별, 지역구별, 공동크기별 건수가 포함된 도로함몰 발생 현황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서울시 에서는 연도별, 월별, 원인별 통계만을 공개했는데, 지역구별 건수와 공동크기별 건수를 공개할 경우 ‘관련지역 시민에 대한 불안 요인’을 증가시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서울시가 공개한 통계를 받아보며 나는 단번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2014년의 도로함몰 건수가 7건. 보고서에서는 2014년 7월까지 568건에 달했던 함몰 건수가 7건으로 줄어있었다. 같은 서울시에서 같은 제목으로 제공한 통계에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정보에 서울시로 확인전화를 했다.

<서울시 도로함몰 발생현황: 16.5.11 도로관리과><br />

▲ <서울시 도로함몰 발생현황: 16.5.11 도로관리과>



서울시에서는 2014년까지 보고서와 같은 통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2014년 8월 ‘도로함몰 특별관리 대책’을 만들면서, 도로함몰로 관리하는 건수의 기준을 바꿨다고 밝혔다. 기존의 도로함몰의 건수는 기준이 거의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여서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잡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하는 도로함몰의 정의나 관리 기준은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물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그러한 기준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고 판단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기준이 명시된 문서도 없었고, 공동의 크기가 4㎡ 이상일 때에만 특별 관리를 한다고만 담당공무원은 밝혔다. 4㎡면 한 평이 넘는 면적이다. 게다가 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공동의 크기가 1㎡이상인 경우 사고를 유발 위험이 있다.

통계의 기준도 없다면서 갑자기 축소된 함몰 건수. 더군다나 이렇게 수백 배 차이가 나는 통계라면 어떻게 이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을까.

현재 지하 시설의 안전도나 각종 위험정보에 있어 시민들은 오롯이 지자체와 정부의 통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지하 시설물의 정보와 각종 공사계획, 사고발생기록 등 기초정보에 1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공공기관에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관리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행정기관이 해야 할 역할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원 자료를 대한 권한도 각 당국이 당연하다는 듯 독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의 불안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정보를 독점하고 감출 때, 데이터에 대한 기준도 원자료도 밝히지 않을 때, 시민들 사이에는 오히려 불안이 스며든다. 우리의 불안은 일상 속에서 싱크홀이 연일 발생하고 있는데도 위험 정보에 대해 아무른 통계도, 관리기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증폭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확한 정보와 그 정보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과 불안 해소를 위한 공공기관의 최소한의 의무다. 더불어 그것이 아무리 사회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할지라도, 공공정보에 대한 공개는 시민들의 판단과 의사표현을 위한 당연한 권리이다.

근거 없는 비공개 처분에 대해 담당공무원에게 항의한 끝에 지역별 도로함몰 현황을 받았다. 전화를 끊으려는데 ‘어디 게시하지 말고 본인만 알고 있으라’는 담당 공무원의 말에 또 한 번 실소가 터졌다. 한 사람에게만 몰래 보여주는 것이 어떻게 정보 공개일 수가 있는가. 왜 서울시는 시에서 관리하는 정보가 본인들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가. 2016년, 정보공개법이 재정된 지 20주년인 지금도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의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덧붙임

김조은 님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