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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기억하는 4.16] 모이고 행동하는 자유를 처벌할 수 없다!

[편집인 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참사 당일에 벌어진 일을 복기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4.16연대는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추진하며 인권으로 4.16을 기억해보자고 제안한다. 기억은 행동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 <인권오름>과 <프레시안>에 매주 공동 게재되는 연재기사가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일터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항상 광화문 사거리를 가로지른다. 노란 리본이 물결치는 광화문은 불과 얼마 전 세월호 1주기 집회가 있었던 곳이다. 무심한 시간들이 흘러가지만, 장소에 대한 기억은 나를 붙잡고 있다. 슬픔을 나누기 위해 모였던 공간,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싸웠던 시간들이 알알이 내 몸속에 저장되어 단추만 누르면 다시 1주기 세월호 싸움으로 나를 소환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시청으로, 광화문으로 나왔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사람들은 모였고 행동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입법 예고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이루어지자 유가족과 시민들은 4월 11일, 16일, 18일, 5월 1일~2일 집회(아래 세월호 집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며 이를 대통령에게 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시민들을 막아선 것은 거대한 차벽이었다. 경찰 차벽에 의해 에워싸인 서울 도심은 ‘계엄’에 준하는 상태가 되어 청와대로 통하는 모든 도로와 인도는 경찰에 의해 점유되었다. 4월 16일 1주기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광화문 분향소에 꽃 한 송이를 올리기까지 몇 시간을 견뎌야 했다. 분향과 추모조차 경찰에 의해 금지되면서 많은 시민들은 참담함을 느꼈다. 가족을 떠나보낸 지 1년이 된 날이었지만, 제대로 된 추모조차 하지 못하고 유가족들은 폭력과 모욕을 경험해야 했다. 경복궁 광화문 누각 아래 노숙농성을 하게 된 유가족들을 경찰은 철벽처럼 둘러쌓아 고립시켰고, 용변을 해결하거나 추위를 피하는 조치마저 가로막으면서 비인도적 행위가 난무했다. 4월 18일 집회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경찰이 유가족을 연행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분노하였다.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을 넣은 물포를 대량으로 살포하였고 유가족과 시민은 연행되거나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하였다.

세월호 추모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를 완전히 둘러싼 차벽

▲ 세월호 추모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를 완전히 둘러싼 차벽


경찰물리력에 맞선 시민들의 불복종

당시 ‘차벽’, ‘캡사이신’, ‘경찰병력’을 마주하는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경찰에게 따졌고 불복종으로 맞섰다. 세월호 집회에서 보여준 시민항의는 국가와 나의 관계를 바꾸려는 역동적인 목소리와 몸짓이었다. 헌법정신을 스스로 어기고 거짓과 꼼수가 드러나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국가를 향해 시민들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불복종을 선택하였다. 시민들은 집회를 방해하는 경찰력을 향해 함성을 지르고 차벽으로 막히면 돌아가고 그 자리에 앉아 농성하고...... 그러면서 아주 조금씩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시민항의,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모이면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사람의 소리, 사람의 몸을 차디찬 방패벽으로, 차벽으로 막고 밀쳤다. 또한 경찰은 언론, 국회의 질타를 들으면서도, 차벽이 질서유지선이라는 등 법이 없으면 만들겠다는 등 줄곧 거짓의 얼굴로 시민을 대하였다. 게다가 법원은 최근 세월호 차벽이 ‘이동할 수 있는 숨구멍은 있었다’며 차벽설치를 용인하였다.

우리의 소망을 맞을 수 없다

집회의 자유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영향력을 드러낼 때는 바로 집단의 힘으로 발현될 때이다. 노동자가 개별적 존재로서 자본가에게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집단으로 모이고 행동하듯이 말이다. 개인으로는 나약할 수 있는 너와 내가 우리로 뭉칠 수 있을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으로 전환된다. 4.19혁명, 6.10민주항쟁, 촛불집회, 희망버스 등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서 거리로 나와 함께 손잡고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결과, 우리 사회가 한결 나아졌던 집단으로서의 경험이 우리에게 축적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하여, 죽은 이들을 애도하기 위하여, 남겨진 유가족과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하여 집단으로 말하고 모이고 행동했던 마음은 결국 그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려는 우리 모두 소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이런 소망을 검경은 두고 보지는 않았다. 세월호 1주기 집회가 끝나고, 검경은 형사처벌이라는 칼을 들이대며 보복하기 시작했다. 2014년 4월 4일부터 2015년 7월까지 경찰은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 539명을 연행하였고, 연행된 사람 중 526명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그리고 22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이 중 13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 현재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박래군 씨를 포함하여 5명이 구속되어 있다. 또한 경찰은 2014년 4월 1일부터 2015년 2월 23일까지 352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세월호 집회 참가자 구속률은 2.7%로, 일반 집회 참가자 구속률이 1.4%인 것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높다. 모이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말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게다가 형벌과 구속만이 우리를 옭죄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작스레 받아든 출석요구서, 일터와 집으로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경찰, 수백만 원짜리 벌금고지서를 마주할 때 드는 위축감과 당혹스러움은 분명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함께 손을 잡고, 서로 어깨를 나란히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검경이 집회참가자들을 처벌하려는 의도는 뻔하다. 말하고 모이지 못하도록 행동하지 못하도록 서로 연대하지 못하도록 개별화시키고 뿔뿔이 흐트러트리기 위함이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이야기하는 것, 함께 손 맞잡고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음을 알리는 것으로 못된 국가에 맞서 공동 실천을 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말하고 모이고 행동하는 자유를 처벌할 수 없다는 선언을 통해 집회의 자유가 오롯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권리의 담지자가 될 것이다.‘416노란리본 법률지원위원회’ 출범은 그 작은 걸음이 될 것이다. ‘416노란리본 법률지원위원회’는 세월호 집회로 기소된 시민들에게 법률지원을 하고, 우리의 실천이 정당하다는 의지를 서로 북돋을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