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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인권이야기] 아름다운 동행 '법보다 예술, 저항과 연대의 무지개' 이것이 힘이다!

2015년 6월 3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가졌다.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는 예술의 자유 및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와 사법권력은 사회비판적인 예술/가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처벌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권리를 탄압하고 있다. 희망버스의 송경동 시인, 박근혜 대통령 관련 팝아트를 작업한 이하 작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한 홍승희 작가 등을 비롯하여 너무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박근혜 정부의 반예술적이고 비상식적인 통치 체제 속에서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정부와 사법권력의 예술탄압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예술의 자유와 예술가의 권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예술행동과 함께 6월 11일 한진 희망버스로 기소된 송경동, 박래군, 정진우의 2심 선고가 있는 날 <희망을 만드는 동행, 법보다 예술 버스>를 타고 직접 부산고등법원을 방문하여 사법권력의 예술 탄압을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고로 선언한다. 나는 당신들이 가두려는 시인 송경동이며, 화가 이하다. 내 작품은 당신들이 감추려드는 다이빙벨이다. 우리는 인권운동가 박래군과 정진우에 대해 말할 것이다. 당신들이 싸지른 똥에 대해서도, 해고노동자가 기어오른 굴뚝에 관해서도, 밀양 할매가 흘린 피눈물에 대해 그릴 것이다. 한겨울 망루에서 화염에 휩싸였던 철거민과 경찰의 주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물며 진도 앞 검은 봄바다를 잊으란 말인가.

우리는, 알고서도 이러는 것이다, 알기에 이러는 것이다.
당신들이 싸지른 똥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법인가. 그렇다면 너희는 우리의 똥을 먹어라.
이것이 우리의 작품이며, 우리의 예술이다.
- 6월 3일 예술인선언 “송경동을 찾는가? 바로 나다!” 中


6월 11일, 바로 4년 전 첫 번째 희망버스가 출발했던 그날...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송경동(시인), 정진우(노동당 전 부대표),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선고를 함께 목격하고 한진노동자들과 함께 끝나지 않은 희망과 저항의 입장을 밝히고자, 그리고 지금도 고공농성을 하며 싸우고 있는 생탁노동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자 <희망을 만드는 동행, 법보다 예술 버스와 저항과 연대의 무지개버스>가 출발하였다.
부산고등법원에 도착하니 한진노동자들과 함께 먼저 도착하여 반갑게 맞이해주는 밀양 할매들이 있어 외롭지 않게 든든하게 선고를 지켜보았다.

송경동은 징역 2년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박래군과 정진우는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으로 원심과 같이 선고되었다.
물론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다. 징역형이 유예되어 구속되지 않은 송경동과 함께 다시 버스를 타고 올라올 수 있어 다행이지만 집시법 위반 등이 그대로 인정된 선고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부산시청 앞에서 고공농성중인 생탁노동자, 택시노동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급히 부산에 있는 선배에게 부탁해 기타를 빌려 노래로 연대의 뜻을 나눠준 “노래하는 나들”의 공연에 이어 준비해간 현수막에 색채를 입히고 함께 한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남기는 퍼포먼스도 진행하였다.
그리고 한진중공업에 퇴근길에 동지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것이 힘이다.
서울과 부산, 왕복 10시간의 여정, 힘들 법도 하지만 현장에서의 만남은 그럼에도 즐거웠다. 악수하고 포옹하고 안부를 나누며,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하고 함께 나누는 것, 이것이 힘이다.

부산에서 올라오는 버스 안,
그 아름다운 힘에 감사를 느끼면서도 더 많은 과제를 안고 오는 느낌에 부담감 또한 한껏 안겨지는 밤이었다.

뭐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을 또 해나가면 된다.
덧붙임

이현주 님은 한국민예총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