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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의 인권이야기] 혐오를 멈춰라. 광장을 열어라.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입니다. ‘International Day Against of HOmophobia’ 란 영문명에서 머리글자를 따서 ‘IDAHO’(아이다호)로 줄여 부르기도 합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연출하고, 세상을 떠난 배우 리버 피닉스가 출연한 영화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퀴어영화로도 사랑받은 영화 <아이다호>를 떠올리며 이날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2004년부터 ‘IDAHO’를 논의해온 아아다호 위원회(dayagainsthomophobia.org)에서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인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정하였습니다.


이날의 목적은 이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억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시민사회와 언론 그리고 주요 정책입안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를 알리며, 공론화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행동하는 날입니다. 가족, 직장, 학교 등에서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혐오, 그리고 사회적인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인 차별과 혐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함께 집중하여 각국의 현실에 맞게 주도적이면서 집단적인 대응을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총 130여 개국, 1280여 개 단체에서 1600개 관련 행사가 5월 17일에 열린 것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진행한 첫 번째 아이다호 행동은 2007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후보의 동성애 비정상 발언에 대한 규탄 사이버시위였습니다. 2009년에는 아이다호를 알리고 시민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캠페인, 이후에는 게이프리허그, 게이코러스의 공연, 커밍아웃 캠페인, 플레시몹 등으로 하루 동안의 캠페인이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사화하고, 영상과 SNS, 해외 뉴스 등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사들은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양상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를 알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고 있는지를 사회를 알리고자 하는 기획들로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3년 아이다호 레인보우 액션

▲ 2013년 아이다호 레인보우 액션


그러나 2007년 이후 차별금지법 투쟁을 통해 등장한 성소수자 혐오세력(보수 기독교 세력 중심)들은 오히려 혐오의 민낯을 집단적으로 드러내어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입법의제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92조의 6 개정 및 폐지 등)에 대해 동성애 허용법안이라는 비논리적인 수사를 덧씌워 국회의 입법 의지를 꺾었습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2011년 말), 서울시민인권헌장 토론회와 공청회 등의 제정과정(2014년 말)에서도 보수 기독교 세력들의 집단적 혐오의 양상은 극에 달아 성소수자 인권의 문제만이 아니 이주민과 미혼모 등 한국사회의 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의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일부 특정 종교집단의 혐오에서만의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보수 기독교 내부의 문제를 동성애 등의 외부문제로 돌리며 결집시키고, 그것을 방패삼아 현재 전반적인 기독교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기독교 비판과 관련한 중요한 입법안에 대한 조직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활용하고 있는 것에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지난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와 성북구 주민참여예산의 불용사태에서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기독교 세력들의 정치력이 작용하는 현실은 앞으로 인권현안에 있어서 보편적 인권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스럽게 합니다.

2012년 아이다호 캠페인

▲ 2012년 아이다호 캠페인 "성소수자 혐오는 폭력입니다"


지난 12월 서울시청을 점거한 무지개 농성장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이 혐오세력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 서울시가 시민인권헌장을 폐기한다고 했던 것에서 비롯된 분노였습니다. 그 농성현장에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 그리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함께 했고,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함께 모여 권리와 변화와 사랑을 원한다고 외쳤습니다. 올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는 무지개 농성 때 함께 한 힘들이 모여 다시금 결의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고 함께 맞서 싸울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단지 성소수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이며, 노동, 여성, 빈곤, 평화, 이주, 장애 등등 다양한 인권의 현장에서 느꼈고 고민했던 서로의 힘을 모아 연대해야 하는 문제임을 인식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결의를 맺길 원합니다. 올해 국제 성소수자 혐오의 반대의 날에는 그 결의의 뜻을 여러분과 함께 말하고 외치면 좋겠습니다.
덧붙임

이종걸 님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