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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서울시청 무지개 농성을 마치고

지난 12월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민 인권 헌장 제정 포기에 반발하여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서울시청 신청사 로비를 점거하였습니다. 직접적인 발단은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민 인권 헌장 제정 포기와 보수 기독교 단체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이었지만 작년 한 해 더욱 가속화되고 공공장소에서 물리적으로 성소수자들을 몰아내려는 혐오 조장 세력의 움직임이 그 배경에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에 혐오는 인권 단체들에게는 큰 화두이자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었습니다. 특정한 집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그들을 자존감을 훼손하는 혐오의 문제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큰 인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몇 년간 혐오 발언이 표현의 자유를 빙자하여 언론 등에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은 이러한 혐오 조장 움직임이 더욱 강화된 시기였습니다. 5월에 매년 열리는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인 퀴어퍼레이드가 혐오 조장 세력들에 의해 3시간 넘게 진행되지 못한 것은 그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이후에도 혐오 조장 세력들은 교과서에 동성애 인권 관련 내용 삭제 요구, 국가 인권위원회법상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 삭제 서명 운동, 성북구 청소년 성소수자 쉼터 재정 지원 집행 방해 등을 벌여왔습니다. 이러한 혐오 조장 세력의 움직임은 단순히 특정 집단을 이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을 넘어 인권 전반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모여 적극적으로 토론하면서 이 사회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던 서울시민 인권 헌장 제정 과정에서도 혐오 조장 세력은 공청회와 토론회를 방해하는 등 인권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아세웠습니다. 이에 맞서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혐오세력 대응 모임을 결성하였고, 이들에 맞서 성소수자 차별 문제 등의 심각성을 알리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혐오 조장 세력의 압력에 서울 시민 인권 헌장은 제정위원회의 선포 결정에도 불구하고 좌절되었습니다. 이에 지자체를 비롯한 공적인 기관의 책임을 묻는 한편 더 이상 그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서울시청 점거로 이어졌습니다.

 

서울시청 점거 기간동안 매일 저녁 문화제 때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이 음식을 비롯하여 각종 물품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민단체들이 무지개 농성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지를 표시하였습니다. 이처럼 6일간의 서울시청 농성 과정은 단순히 박원순 서울 시장의 사과를 받는 것을 넘어서서 혐오 조장 세력에 맞서 성소수자 인권을 함께 지켜내었습니다. 그 결과 박원순 서울 시장의 면담과 사과를 이끌어내었고, 서울시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논의할 테이블을 마련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한편 농성 기간에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은 황선 씨의 강연회 자리에 한 사람이 사제 폭탄을 터트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두 명이 큰 화상을 입은 이 사건은 혐오를 우리가 방치하였을 때 그것이 어떻게 더욱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우리 모두를 공격할지 보여주는 사례이자, 혐오가 단순히 특정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권에 대한 공격임을, 다름이 폭력의 사유로 정당화되려는 움직임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습니다. 2015년에도 혐오는 우리의 인권을 공격하고,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우리의 바람을 좌절시키는데 동원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2015년에도 인권활동가들은 저들 혐오 조장 세력을 결코 좌시하지 않고 혐오의 문제를 알려나갈 것입니다. 그 움직임에 모두 함께 하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