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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정보공개청구 후 4개월만에 온 답변 "정보없음"

정부 -3.0의 단상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정보의 취득 정도는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을 비롯해 개개인의 일상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기관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생산하거나 취득한 공신력 있는 정보들은 정보적 가치가 높다. 이에 국민들의 공공정보에 대한 욕구는 점차 커져가고 있으며 정부도 이러한 공공정보를 국민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하고 있다.

공공정보의 제공은 국민의 알권리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알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정보접근권이라는 측면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일부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991년 헌법재판소는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공공정보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 및 관리하는 정보에 대해 국민의 공개청구 권리와 공공기관의 공개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을 1996년 제정 공포해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부득이한 경우 청구인에게 고지 후 10일 연장 가능)에 청구인에게 결정통지를 해야한다. 이러한 신속한 정보공개처리를 통해 국민에게 행정의 투명성과 업무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정보공개의 강화와 공개 정보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부3.0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의 정보공개 업무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2013년 1월 1일 ~ 2014년 2월 28일 까지 고용노동부가 결정통지한 정보공개처리건수는 총 290건이다. 이 중 법정 처리기한인 1일~11일(법정 공휴일 포함 계산) 소요된 건은 165건(57%), 결정통지 10일 연장을 고지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12일~23일 (법정 공휴일 포함 계산) 소요된 건은 78건(27%), 결정통지 법정기한을 초과해 처리한 건은 총 47건(16%)이다. 고용노동부의 전체 정보공개처리 건 수 중 40% 이상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법정 기한을 초과해 통지되고 있는 것이다.

<center><고용노동부 정보공개처리기간 현황>
대상기간 :2013년 1월 1일~ 2014년 2월 28일

</center>
안전행정부가 발간한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처리기간 중 10일 이내에 처리하는 건은 96%에 달하고, 그 중 중앙행정기관의 경우에도 역시 10일 이내 처리하는 비율이 96%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10일 이내 정보공개 처리건수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얼마나 적은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center><2012년 공공기관별 정보공개 처리기간 현황></center>

실 예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에 청구해 결정통지를 받은 5건 이 정보공개처리기한이 최소 23일 ~ 최대 75일 만에 처리되었고, 그 외에 정보부존재 통보를 받은 1건은 처리에 2개월이 걸렸다. 서울신문의 강국진 기자 역시 정보부존재 통보를 받는데 정보결정통지 시기를 훌쩍 넘는 4개월이 걸려서야 통지를 받았다.

<center><고용노동부 2014년 1월 정보공개 처리내역>
2014년도 고용노동부 정보공개처리현황 일부. 회색과 녹색으로 되어있는 것이 법정 처리기일을 초과한 것이다.

<청구 후 75일만에 받아 본 정보공개결정통지서>

<청구 후 4개월만에 받아본 정보부존재 통지서></center>

정보공개법 11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부득이한 경우 청구인에게 고지 후 10일 연장 가능)에 결정통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청구인에게 별도의 통보도 없이 처리기일을 넘기는(최대 100일 이상)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법으로 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대한 의무를 명백히 어기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법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시민들이 겪게 되는 결과는 자명하다. 우리는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알권리를 침해당하게 된다. 거창하고 추상적이라고? 얘기해보면 참 쉽다.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거나, 임금체불을 당해 하소연 할 곳이 없어 공동대응이라도 해 볼 양으로 관련 정보를 요청해도 정보를 주지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고 만다. 고용노동부가 정보공개를 안해서 왜 이렇게 알권리를 침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니, 고용노동부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무플’이 제일 무서운거라는데, 정보공개 무대응이 바로 무플인 셈인 것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고용노동부의 정보공개 실태에 대해 공익감사청구를 했다.

하지만 이게 비단 고용노동부 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시민들의 눈에 감사를 당해야 할 곳들은 차고 넘쳤다. 행정부 최상의 권력기관인 청와대부터, 합법 비합법을 망라하고 정보은폐가 일상화되어있는 원전 관련 정보, 원칙도 기준도 없이 담당자 마음인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일부 공공기관들까지. 시민들의 알권리 자체를 인지하고 있지 않은 정부 기관들은 허다하다.

우리가 언제 국가기밀을 공개해 달라고 했나, 아니면 개인정보를 마구 수집했다가 한번에 풀어버리는 저 대기업들처럼 개인정보를 달라고 했나. 그저 단지 우리의 권리를 누릴수 있는 만큼만,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미미한, 당연히 알 권리를 보장받자고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 중에서도 힘 있는 권력기관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관들은 알권리를 묵살하곤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확대하겠다는 정부3.0 사업이 모든 공공영역에서 추진중이다. 하지만 실제 일선 기관의 현실은 고용노동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허울뿐인 정책, 보여주기식 정책, 그 자체다.
고용노동부를 위시해 많은 공공기관들의 정보공개는 3.0이 아닌 –3.0수준이다.
덧붙임

정진임 님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