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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맞선 강정마을 사람들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해 5년간 싸우면서

일상이 되어버린 강정마을의 사이렌 소리

오늘도 강정마을엔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긴급한 음성이 마을스피커를 통해 다급하게 전해진다. “지금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마을 주민들은 하던 일손을 멈추고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으로 나와 주십시오.”하고 여러 번 호소한다. 또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마을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8명이 연행됐다. 강정주민들의 목청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함께 터져 나온다. 강정마을에서는 사이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울린다. 사실 이런 일이 강정마을 주민에겐 일상이 됐다. 올레 제7코스를 찾은 올레꾼들은 의아해 한다. 그것도 그러할 것이 그 어느 마을에서도 경험하지 못했을 터이니. 마치 민방위 훈련하는 것처럼 마을 주민들은 사이렌이 울리면 방송 소리를 집중해서 듣고, 그에 맞는 행동들을 하기 때문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누굴 대항해서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일까? 알고 있다시피 그것은 국가 권력에 맞서는 것이다. 국가가 부당하게 일방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3만 명 학살이라는 제주 4․3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제주엔 4․3의 아픔이 아직도 남아있다. 1948년 4월3일 제주의 민중들은 남과 북의 분단이라는 비극을 바라보며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얻은 독립인데, 이젠 한반도를 갈라놓겠다는 상황에서 민중들은 분노하며 일어났다. 아마 분노하지 않은 민중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민의 분노는 가장 처참한 대가를 치렀다. 제주 4․3 항쟁으로 약 3만 명의 민중이 학살을 당했고 지금도 행방을 알 수가 민중들이 있다. 이러한 자행은 그 누구도 아닌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에 의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이념도 없었다. 국가권력은 제주의 힘없는 민중을 ‘좌파’, ‘빨갱이’ ‘폭도’라 낙인찍고 총칼로 진압했다.

제주 해군기지의 건설을 둘러싼 논쟁은 제주지역에서 20여년 가까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2010년 12월부터 해군기지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연행자가 발생하고 물리적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경찰까지 투입하면서 강정마을을 지나는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국가권력의 횡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제주지역 주민들은 현재의 강정마을에서 제주4.3을 연상하면서 분노한다.

마을 공동체를 무너뜨려

강정마을엔 200여 개의 계모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계모임은커녕 초등학교 동창회마저 찬·반 회원으로 나눠져 모임이 없어지거나 절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이 넘쳐나던 교회도 해군기지문제로 나눠져 예배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제주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생활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을에 힘든 일이 있으면 다 같이 품앗이를 하기에 밭농사부터 크고 작은 일까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거뜬히 이겨내곤 했다. 제주에서는 모두가 조카이고 삼촌이다. 따라서 마을 전체가 한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행복마저도 빼앗겨 강정마을 주민에겐 웃음을 찾아볼 수 없다. 그 행복을 빼앗은 당사자는 바로 국가권력이다.

주민들 스스로 내린 결정을 왜 못 받아들이나

2007년 해군기지 건설사업 최종 후보지로 결정될 당시 강정마을은 그동안 한 번도 후보지로 거론된 적이 없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역유지와 일부 어촌계원에 대해 회유하고 모략하면서 4월 말에 기습적으로 마을 회장을 비롯한 몇몇 주민들의 주도로 유치신청이 이뤄졌다. 이와 같이 갑작스런 과정은 해군과 제주도 당국의 사전 개입 등에 의한 것임이 그 해 6월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의해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후 2007년 8월 20일 전체 주민투표가 있었고, 만19세 이상의 주민 725명이 투표에 참가해 반대 680명/찬성 36명/무효 9표로 반대 입장을 결정하였다. 이 과정에서도 공권력이 찬성주민을 사주하여 투표함을 탈취하는 등 주민투표를 방해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당신들은 누구를 위한 공권력인가!

지난 1월 10일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기도를 드렸다는 이유로 천주교 수녀님들과 신부님들, 그리고 같이 있던 청소년들까지 29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강제 연행된 일이 발생하였다. 이렇게 수도자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일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그런데 강정마을에서는 극히 드문 사례가 자주 일어난다. 지금까지 경찰에 연행된 숫자만도 어림잡아 200명이 족히 넘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벌금폭탄이다. 국가권력은 벌금으로 압박하고 위협했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은 끝내 꺾이지 않았다.

[사진: 경찰의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 (출처: 강정마을회)]

▲ [사진: 경찰의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 (출처: 강정마을회)]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던 것은 토지 강제수용 당시에도 있었다. 해군이 50여명의 토지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토지보상비 공탁금을 빨리 받아가지 않을 경우 국가사업을 방해하는 것이므로 강제수용 토지에 있는 시설물에 대한 과징금을 최대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마을 어르신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토지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검찰이 마을회장 등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낸 공소장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해군기지반대단체들을 벌금으로 처벌하는 것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며 재판부에 실형을 선고할 것을 주문했다.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필요한 장비 등을 구입하고 8,000만원에 이르는 보석금을 일시에 납부한 것을 봤을 때 벌금형은 효과가 없다는 근거였다. 정말 우리나라 사법부가 양형기준 없이 제멋대로라는 게 잘 드러난다. 처벌이 위법 정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아예 제주 해군기지 반대의 목소리조차 못 내게 하려는 것이다. 지난 2월 2일 양윤모 감독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례적으로 수사검사가 직접 재판부에 나와 “관대함의 한계를 넘어섰다” 등의 발언을 하는 작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양윤모 감독은 구속됐다.

그러나 우리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이른바 관계기관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경찰, 검찰, 국정원, 해군, 제주도의 고위직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을 때려잡을지 논의했던 사실 말이다.

생명 평화의 마을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강정마을은 지난 5년 동안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항하면서 주민들의 권리를 강탈하면서까지 폭력과 불법, 탈법적으로 진행되어 온 국가폭력에 맞서 싸워왔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의 문제는 전국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대해 주고 있다. 이 연대의 힘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전면 백지화하고 나아가 제주가 생명 평화의 섬으로 아시아 평화의 중추로 기능하도록 이끌어 갈 강정마을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덧붙임

산포 님은 제주평화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