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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의 인권나무 키우기] 못생길 수 있는 것도 인권이다

한국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외모와 관련된 각종 신조어가 독버섯처럼 기승을 부리고, 미디어가 사회적인 책무 없이 외모지상주의를 기갈 들린 듯 확산시키면서, 한국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외모에 중독된 사회가 된 것 같다. 정상 체중을 지닌 여성들조차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거울 앞에만 서면 우울함을 느낀다. 수많은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성형수술을 받거나, 헬스클럽이나 병원 등지에서 살을 빼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남성들조차 외모지상주의에 더 이상 예외가 아니어서, 근육으로 단련된 건장한 몸을 갖추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아름다운가요?

▲ 아름다운가요?

외모지상주의의 두드러진 폐해는, 매우 잘생기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 때문에 만성적인 상처를 받는다는 데 있다. 의기소침하게 자신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삶의 웰빙을 떨어뜨려서 불행을 증가시키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운동과 다이어트, 식습관 장애로 인해 심각한 질환이나 부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결코 드물지 않다. 사람들은 광고에 나온 모델들의 이상적인 몸매를 흉내 내기 위해 극심한 다이어트에 몰입하거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값비싼 식욕억제제를 섭취하거나, 기본적인 영양분도 흡수하지 않은 채 고통스럽게 굶거나, 수술을 받아가면서까지 젊고 탄력 있고 날씬한 몸을 갖추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쓰고 있다.

불가능한 몸을 향한 프로젝트

빼어난 외모를 지니지 않는 이상, 한국인들이 외모에 대한 불만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는 매스미디어와 연예사업의 책임이 크다. 한국에서는 패션모델이나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나 기상 캐스터, 항공 승무원까지 아름답고 날씬하며 젊어야만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각종 광고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몸매를 과장해서 보여주고 있다. 체지방이 아예 없을 정도로 빠짝 말라 있으면서도 가슴은 볼록하고 엉덩이는 풍만한 몸, 옆구리 살이 숫제 없는 몸, 허리가 얼굴보다도 얇은 몸, 다리가 기형적으로 큰 몸, 가슴이나 엉덩이가 유난히 풍만해 보이는 포즈 등을 매일 접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처럼 놀라운 몸이 일부분 포토샵으로 보정되었다는 것을 안 다음에도, 자신의 몸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품기 일쑤이다.

이미 여러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각종 방침을 실행 중이다. 패션쇼에서 극단적으로 마른 여성들을 고용하는 것을 금함으로써,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모델들이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갖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막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는 뉴스진행자들의 젠더나 인종, 나이를 신경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범한 외모의 사람들이 나오도록 이끌고 있다. 실제로 BBC에서는 한국의 뉴스처럼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일기예보를 진행하거나, 여성 뉴스진행자들의 외모가 수려한 것은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방송사로 순항 중이다.

포토샵으로 보정된 신체임을 알리는 문구.

▲ 포토샵으로 보정된 신체임을 알리는 문구.


노르웨이의 외모지상주의 철퇴

노르웨이에서는 광고가 조장하는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시민단체와 정부가 연대하고 있다. 적색당(Rødt) 산하의 청년모임인 ‘붉은 젊은이들(Rød Ungdom)’이 주축이 되어서 ‘보정광고반대청년(Ungdom mot Retusjert Reklame)’을 결성해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① 날씬해 보이기 위해서 허리와 팔, 다리를 얇게 보이도록 편집하는 것, ② 비율을 재조정해서 가슴과 엉덩이가 크게 보이도록 유도하는 것, ③ 젊고 청초해 보이도록 주름과 여드름, 모공을 제거하는 것, ④ 대중이 좋아하는 이미지(인종, 머리와 동공 색깔)를 선보이기 위해 모델들의 머리색깔이나 피부 톤, 동공 색깔을 바꾸어주는 것 등을 거쳐서 모델들이 실제 모습과 사뭇 다르게 재현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적색당 청년들이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게 된 데는, 적잖은 노르웨이 청년들이 부적절한 광고 이미지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예컨대,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갈수록 많은 여성들이 외모지상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고민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세 명 중 한 명의 여학생들이 살을 빼는 중이다.
◎ 실제 통계자료에서는 단지 20% 정도의 여학생들이 과체중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여학생들 중 과반수가 자신들이 지나치게 뚱뚱하다고 여긴다.
◎ 살을 빼기 위해 노력 중인 여성들 중 10% 가량이 다양한 식습관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약 5만 여명의 여성들이 심각한 식습관 장애 환자들로 진단되고 있다. 식습관장애는 사고사와 암 다음으로 유럽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야기시키는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보정광고반대청년 활동가들이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 보정광고반대청년 활동가들이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보정광고반대청년 활동가들은 시내에 나가서 문제적인 전광판 광고에 “이 광고는 보정을 한 것이어서 모델이 그릇되게 보이게끔 만듭니다.(Denne reklamen er retusjert, og gir et feil bilde av hvordan modellen ser ut.)”라고 쓰인 포스터를 보정이 현저히 이루어진 신체 부위에 붙인다. 시민단체의 캠페인으로 촉발된 이 운동은, 현재 노르웨이 평등부장관이 적극적으로 지지의견을 밝히면서 법제화될 움직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급진주의 계열의 장관 아우둔 리스바껜(Audun Lysbakken)은 “우리들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확산시키는 압력을 줄여야 한다.”고 주창하며, 금명간 광고업자들과 정부가 손을 맞잡아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불가능한 몸매”를 갖도록 유도하는 환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현상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 보정 규제안에 대한 찬반여론 비등

광고에서 보정을 통해 소위 ‘완벽한’ 몸을 선보이는 것에 문제 제기하는 움직임에 대해 찬반여론이 팽팽하다. 반대 측에서는 활동가들이 타인의 지적재산권에 반달리즘을 행하는 것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날씬하고 젊으며 가슴이 풍만한 육체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인식이 워낙 강하게 박혀 있기에, 설령 광고에서 보정작업을 하지 않을지언정 미에 대한 기준을 눈에 띄게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한다. 덧붙여서, 태생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아서 “자연적으로” 삐쩍 마른 모델들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광고에 문제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도발적인 캠페인과 법제화만으로도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포토샵 작업이 광고사진들에 필수적으로 포함된다는 점을 머리로 알더라도, 사람들은 보정된 광고이미지가 실제 이미지인 양 혼동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깡마르거나 군살과 주름이 숫제 없는 육체를 과장해서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손질한 사진들이라는 점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광고 이미지 수용양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토샵 보정을 심하게 해서 왜곡된 아름다움을 퍼뜨리는 광고가 줄줄이 철퇴를 맞게 될 경우, 광고업자들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차츰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선회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임을 알리는 시도.

▲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임을 알리는 시도.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줄고 있는 한국

노르웨이를 비롯한 세계 방방곡곡에서 일고 있는 정상 외모 캠페인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조차 듣기 힘든 한국에서 귀감을 삼기에 충분한 사례로 비친다. 자본으로 원하는 아름다움을 구매할 수 있고, 과감한 자본의 투자로 달성된 몸 프로젝트에서 성공한 이들이 권력을 쥐게 되는 세태는 한국에서도 고착되고 있다. 하루 온종일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부터 쇼프로그램, 극영화, 광고, 나아가 일기예보와 뉴스까지, 뛰어난 아름다움을 갖춘 젊은이들이 미소를 지으며 나오는 현실은 아편 같은 부작용을 남긴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거나 몸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도박을 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쨌든 이른바 ‘얼짱’이나 ‘몸짱’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열악한(?) 신체적 자본을 지녔다는 천형으로 기회에서 배제되며 희화화되기 일쑤이다. 과체중인 여성들의 (과장 섞인) 식탐이 닳고 닳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손쉬운 소재로 활용되는 구태의연함, 외모가 출중한 배우들이 싹쓸이하는 드라마, 갈수록 배우 못지않게 예쁘고 날씬한 젊은 여성들이 뉴스를 진행하는 획일성, 잘생기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외모 지적이 충고로 통하는 쓸 데 없는 오지랖이 만연한 우리의 모습은 이유 없는 열등감과 차별을 심화시킨다.

우리 주변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사람들

자신이 뚱뚱하다는 데 별다른 불만이 없는 한 친구는, 사람들이 종종 자신의 과체중을 걱정해주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모에 대한 화제를 먼저 꺼낸 것도 아닌 마당에, 지인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지적하는 것은, 자신을 생김새 그대로 수용하려는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말한다.

방송국 기자를 준비하는 다른 친구는, 외모가 출중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신문기자를 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몇몇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개탄스럽다고 말한다. 아나운서나 리포터 지망생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자 지망생들까지 성형수술을 받거나 옷차림과 화장 등을 미인대회 준비자처럼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토로한다.

해외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한 장애여성은, ‘몸짱’ 타령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배제감이 폐부를 찌른다고 분노한다. 미디어에서 상정한 ‘몸짱’ 이미지에는 장애인이 철저히 빠져 있기에, 자신은 절대로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윽박지르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한국의 대학 부설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한 외국인은, 한국인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서슴지 않고 외모를 칭찬할 때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언어교육원 강사가 수업을 시작할 때 첫인사로 외모나 (이성애 중심) 연애에 대해 자주 묻는다고 한다. 예컨대, “오늘 스베틀라나가 아주 귀여워요.”, “피터는 근육이 많아서 남성다워요.”라고 이야기할 때 불편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표현은 상대의 가치를 외모로 평가하려는 느낌뿐만 아니라, 외모에 관해 칭찬을 듣는 학생들을 제외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덜 예쁘고 덜 세련되며 덜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가장 권위적인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A.S. 바이어트의 소설 <소유>에서는 우리에게는 얼핏 낯선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위적인 옷차림을 즐겨 입는 한 미대생의 옷차림을 부정적으로 지적한 교수를 해당 여학생이 성희롱으로 고발한 것이다. 옷이나 화장법, 머리모양 등은 인간이 자신을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방법인데, 이를 자신의 편협한 시각으로 재단해서 평가하며 주류적인 방식으로 외양을 바꾸라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풍만한 몸을 지닌 한 친구는, 옷가게나 미용실, 헬스클럽 등에서 외모에 대한 지적을 거듭 받은 후 한껏 의기소침해져서 기가 죽기 시작했다. 친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인파로 북적거리는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 시간 넘게 관찰했다. 친구는 뜻밖에 외모가 수려한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했다. 광고나 방송에서 나올 법한 미남미녀는 드물었고, 대부분 친구와 비슷한 평범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못생길 수 있는 권리

‘몸짱’이나 ‘얼짱’, ‘동안짱’, 성적 매력으로 달아있는 몸을 소리 높여 주창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작 다수는 평범한 외모를 지닌 채 여러 사정 탓에 값비싼 옷을 입지 못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텔레비전이나 잡지를 뒤적거리지 않아도, 밖에 나가면 우리의 외양을 평가하고 틀에 가두려 하는 크고 작은 시도에 직면해야 한다.

못생길 수 있는 것, 뚱뚱할 수 있는 것, 촌스러울 수 있는 것, 늙어 보일 수 있는 것, 주름이 많은 것, 화장을 하지 않는 것, 이성(異性)의 복장을 선호하는 것도 당연한 인권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권이 당연하다는 듯이 부정되고 있다. 얼핏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폭력에 대해서, 주야장천 외모지상주의를 진력이 날 만큼 퍼뜨리고 있는 한국의 미디어와 광고업자들은 노르웨이 등지에서 일고 있는 캠페인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못생길 수 있는 권리는, 내가 나의 외모로 인해 불이익이나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보호 개념도 포함된다.
덧붙임

나이테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자유기고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