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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의 인권이야기] 검열로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고민은 바로 인터넷 규제 문제이다. 대부분은 인터넷상의 범죄나 유해 콘텐츠들을 규제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현재 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이다. 그러나 방심위의 심의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방심위가 인터넷을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최병성 목사의 ‘쓰레기 시멘트’ 게시물 삭제와 관련한 소송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 21조 제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 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방심위는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길래 2008년 출범 이후 3년 동안 문제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걸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민간기구라고?!

방심위는 자기 조직이 권고만 할 뿐 행정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독립적인 민간기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2월 행정법원에서는 방심위는 행정기구라고 판결했다. “국가로부터 운영 경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대통령이 위촉하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또한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청에 해당하고, 위원회의 시정요구는 권고적 효력만 갖는 행정지도가 아니라, 의무 부담 등 법률상 효과가 발생하는 행정처분”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행정심의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행정심의가 바로 정부가 인터넷 게시글을 검열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검열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의 비판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한다. 이를 알기에 방심위는 아직도 행정기구라는 판결을 부정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물 삭제 기준? 그딴 거 없어!

혹시 당신의 글이 이유도 모른 채 사라졌던 경험은 없는가? 그건 방심위에 의해 삭제된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의 글이 삭제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난 해 방심위의 회의록을 모니터링하면서 느꼈던 것은 심의과정에 있어서 위원들이 너무나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방심위는 한 블로그에서 국제누드예술제 작품 중 가슴 및 음모노출 이미지를 공개한 것에 대해 삭제조치하며 ‘예술’과 ‘유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만화의 잔혹한 장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기도 하고, 저주 방법 게시글에 대해서는 미신숭배 등 비과학적인 생활태도를 조장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이라며 삭제하기도 했다. 위원들의 눈에 거슬리는 표현을 명확한 기준 없이 삭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만 제한할 뿐 방심위의 바람대로 인터넷을 청정지대로 만들 수는 없다. 특히 인터넷 매체에 대한 이해와 고려 없이 오프라인보다 엄격한 기준을 온라인에 적용하여 심의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극단적으로는 욕설 자체를 금지하고 사람 몸의 일부(성기, 가슴 등) 이미지 자체를 유해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방심위의 ‘인터넷 청정지대 만들기’가 돋보였던 사례 중 하나로, 방심위는 한 병원사이트에서 제공한 성기노출 이미지가 유해하다고 하여 삭제했으나 이의신청이 들어오자 해당 이미지가 치료방법, 예방 등을 목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의학정보라고 하여 결정취소를 한 사건이 있다. 이 사례와 같이 방심위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 결정이 번복되는 일이 많은데, 이는 애초부터 방심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정보를 심의할 때 ‘기타 범죄정보’에 대한 시정요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심의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또 전문성이 없는 위원들이 55개에 달하는 종류의 법령 위반 사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림: 윤필]

▲ [그림: 윤필]



공익에 대한 비판은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삭제?!

방심위는 또한 공익에 대한 비판 게시물을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삭제요구하고 있다. 명예훼손 심의가 신고인의 주장만으로 일방적으로 심의하고 시정요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판단이 모호할 경우에는 표현수위를 문제 삼아 삭제하고 있다. 한 사례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한 비판 게시물의 경우, 게시자가 언론보도에 의존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방심위는 게시물을 삭제했다. 인터넷에서는 정보 가치가 있든 없든 다양한 의견과 표현이 보장되어야 하고 설사 그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글은 보호 받아야 한다.

방심위는 대통령에 대한 욕설의 경우 과도한 욕설 등 저속한 언어 등을 사용하여 혐오감 또는 불쾌감을 주는 내용이라며 해당 표현을 삭제하기도 했다. 혐오감이나 불쾌감은 듣는 사람 입장에 따라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삭제된 댓글의 내용 중 문제가 된 표현의 일부는 “쥐눈깔”, “c8쉑키”, “쥐색휘”, “눈꾸녕” 같은 내용이었다. 이 사례는 여러분들이 판단해 보시라.

지난 2010년 10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정보통신심의제도에 대한 개선권고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정부 또는 정치권력의 자의적인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0년 5월 경찰청은 방심위에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삭제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방심위는 천안함 관련 게시물에 대해 2010년 7월 8일까지 9건을 삭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정부와 군의 대응 불신, 미군 원인설 주장, 정부의 어뢰발표에 대한 불신 등이었다. 이 심의에서 방심위가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심의 위원들의 주관적 기준이 지나치게 크게 작용했다. 심의의 기준이 위원들의 소위 ‘감’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일 황당한 내용은 게시자 자신의 의견 맨 뒤에 “이상 소설이었다.” 라는 내용이 첨부되면 게시자가 소설이라고 했으니까 삭제하지 않고, 그런 내용이 없으면 단정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삭제한다는 논리였다. 하긴 ‘쓰레기시멘트’ 게시글을 심의할 때는 시멘트가 유해한지 판단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으니, 이 정도로는 놀랄 것도 없다.

방심위의 행정심의 이제 그만!

지난 2월 16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5월 방한했던 프랑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전달한 보고서 초안에 “방심위의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대통령 임명 위원으로 구성되는 방심위가 온라인 상의 정부 비판 내용을 삭제하는 사실상의 ‘검열기구’로 기능할 우려가 있고, 이를 막을 안전장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 상의 범죄나 유해 콘텐츠들을 규제해야할 필요는 있다. ‘어디까지 규제하느냐’, ‘무엇을 규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면 ‘누가 규제하느냐’일 것이다. 확실한 것은 방심위의 인터넷 행정심의를 폐지하고, 진정한 민간 기구에서 인터넷 매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심위, 너네는 인터넷 심의해서는 안돼!”라고 말하고 있다. 방심위의 앞날을 함께 지켜보자.


※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2009년 방심위 심의를 회의록 모니터링을 통해 대분석한 적이 있다. 2010년 심의내용도 곧 대분석할 예정이니 방심위 심의 내용을 속속들이 검토하고 비판하는 작업에 함께 할 생각이 있는 독자들은 연락을 주시길. jmk6@jinbo.net
덧붙임

정민경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