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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물구나무] 용산구가 말하는 불청객은 누구?




의료수급당사자 분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동자동. 쪽방건물이 밀집해 있는 서울역 건너편 동자동 초입에 들어서면 “축 방범용 CCTV 가동, 불청객은 물럿거라!”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엄중한 경고’를 보내온다. 안 그래도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지치고 피곤한 몸 하나 겨우 뉘일 수 있었던 쪽방과 고시원 건물이 헐리고 앙상한 철골들과 시멘트들이 너덜거리는 흉흉하기 그지없는 동네에 이런 ‘경축’ 현수막이라니…정말 흉물스럽다.

아마도 ‘불청객’이란 단어는 범죄를 목적으로 용산구에 발을 들여놓은 외부인을 염두에 둔 말이렷다. 그런데 용산구의회 의장의 방범용 CCTV 개통식 참석에 관한 구의회 홈페이지 게시 글(2008. 2. 27)을 보니 단순한 외지인을 지칭하는 말은 아닌 듯하다.

“2008년 2월 27일 15:00 용중지구대에서 열린 방범용 CCTV 개통식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는 외국인 밀집지역인 용산2가동,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 등 우발범죄 예상지역인 동자동 및 갈월동, 후암동 등에 25개의 방범용 CCTV를 추가 설치 및 개통하여 평온한 지역치안 확보를 위한 것으로써….”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2005년부터 서울시의 각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CCTV를 꾸준히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용산구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같은 기간 동안 서울시에서 가장 많이 CCTV를 설치했다(353대). 같은 기간 강서구의 CCTV 증가는 24대에 불과했다. 정말로 CCTV 설치 덕에 범죄예방 효과를 보았는지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와 감시의 일상화를 통한 감시통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정보인권적 문제는 여기선 일단 접어놓도록 하자.

범죄외국인들과 노숙인들이 밀집해 있는 우발범죄 예상지역이라니, 혹시 용산구가 말하는 ‘불청객’이란 인근에 밀집해있는 1만여 명이 넘는 외국인들과 거처가 일정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노숙인을 일컫는 다른 단어는 아닐까.







매우 불순한 주민 vs. 외국인/노숙인 구도

MB정부 이후 더욱 야만적으로 노골화된 강제단속으로 인해 수많은 미등록 외국인들은 외출을 꺼리며 잔뜩 위축되어 있다. 게다가 정부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는 등 심각해진 구직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 외국인’이라는 불똥으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서적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을 내국인의 평온을 위협하는 예비범죄자인 양 호도하는 것은 인종주의적 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을 조장하는 전근대적이고 반인권적인 시각이다.

또한, 수백 대의 CCTV가 동네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 거리에서 알아주는 사람 없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노숙인이 한해 400여명이 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때 노숙인에 대한 낙인찍기와 차별을 걷어내고 자력화를 위한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할 주체인 지역 입법 및 행정기관이 노숙인을 내쫓아야할 ‘불청객’으로 인식하다니, 노숙인들에 대한 몰이해와 천박한 인권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명의도용 등의 금융범죄 피해자들이고, 주거박탈로 인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누구보다도 치안서비스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바로 노숙인이라는 사실을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는 모르고 있단 말인가.

외국인/노숙인들을 주민들과 대립하는 존재라는 구도를 설정하여 외국인들과 노숙인들을 감시하고 내쫒아야 할 ‘불청객’으로 간주하는 정책으로는 지역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도 요원할 뿐만 아니라 전체사회의 인권수준도 하락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가장 열악하고 궁핍한 이들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됨으로서 지역의 안전과 인권도 향상될 수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임

* 조성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