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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할 자유와 조작된 진리를 향한 익명의 헌신?

[디카로 물구나무] 국정원 새 원훈의 진짜 뜻

지난 10월 1일 국정원에선 새로운 원훈을 새긴 원훈석 제막식이 있었다. 새 원훈은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시절의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와 김대중 정부 시절의 “정보는 국력이다”에 이은 세 번째 원훈이다.

국정원 전경에 새 원훈을 합성한 사진임.

▲ 국정원 전경에 새 원훈을 합성한 사진임.



이러한 새 원훈이 말하는 ‘자유’와 ‘진리’란 대체 무슨 뜻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국정원의 최근 행적을 살펴보면 된다.

9월 4일,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개정하여 국정원의 직무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국정원법은 국정원 직무를 △국내 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각각의 직무범위에 ‘~등’을 넣어 사실상 이러한 제한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여 이동통신회사들이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보유하도록 의무화,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의뢰시 협조하도록 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이 자체 장비를 갖추고 불법 도청을 해오다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발각되자 합법적으로 도청할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8월 27일에는 국정원 등이 포함된 합동수사본부가 북한보위부 출신의 원모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수사본부가 밝힌 증거들은 보수언론조차 미심쩍어 할 만큼 빈약하고 전반적으로 원모씨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9월 27일에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활동가들을 체포해갔다.

헌신은 필요없다

이쯤 되면 새 원훈의 ‘자유’와 ‘진리’가 어떤 뜻인지 감이 잡힌다. 국정원이 말하는 ‘자유’란 그들이 시민들을 도청하고 감시할 자유이며, 국정원이 추구하는 ‘진리’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해낼 수 있는 진리를 뜻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국가보안법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자유로이 소통할 권리를 제약하면서, ‘자유’와 ‘진리’를 입에 담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익명으로 시민들을 감시하고 사찰하는 그들의 ‘헌신’은 필요 없으니 차라리 그냥 해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덧붙임

* 유성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