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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폴짝] 땡이뉴스 만들기는 이제 그만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이 너무해

지난여름.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했던 촛불집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이다. 노래도 재밌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친구들과 그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혹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 에이. 설마. 아니지.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다. 뭐든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이 말을 노래까지 지어 부른 이유…그래…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우리가 아무리 소리쳐도 듣지 않는 사람. 우리의 권리라고 노래를 부르고 시위를 하고 글을 써도 꿈쩍도 안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것은…바로바로…이명박이랑 그의 친구들.

갑자기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인 사람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그 사실을 모르다니. 나라도 꼭 알려주어야겠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다보니 민주공화국이라는 것만 모르는 것 같지 않다. 뉴스도 방송도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만 나오기를 바라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마구 몰아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민주공화국에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편지를 써서라도 그것을 알려줘야겠다.

잘 모르시나 본데요? 민주공화국입니다

이명박과 이명박 친구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제가 누군지는 모르셔도 됩니다. 그저 알려드릴 것이 하나 있어서 편지를 씁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당신, 이명박은 ‘대통령’이지 이명박 ‘왕’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왕이 통치하던 시대가 끝난 지 한참이나 지났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라는 것도 있습니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죠. 그런데 당신이 “왼쪽으로 치우친 방송을 가운데로 갖다 놔라"라고 말을 했다지요? 무슨 뜻인가 해서 이모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말만 방송과 뉴스에 나오길 바라는 것이라면서요? 마치 학교처럼 말이지요. 선생님만 말하고 우리들은 입 다물고 있는 학교처럼요. 선생님에게 반대되는 말을 하려면 눈치를 봐야하는 학교, 학교만 감옥 같은 줄 알았더니 우리 사회 전체가 감옥처럼 느껴지네요. 사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보니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저도 태어나기도 전이라 잘 알 수 없지만, 1980년대에 ‘땡전뉴스’라는 게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때도 민주공화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대로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듯합니다. 전두환 대통령도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혹은 모른 척 한 것인지, 자기 마음대로 왕처럼 굴었다지요? 그래서 매일 저녁 9시만 되면 ‘땡’하는 종소리와 함께 ‘전두환 대통령은……했습니다’ 이런 뉴스만 나오게 만들었답니다. 보통 사람들에 대한 기사는 다 뒤로 물리면서까지 전두환 대통력 소식을 맨 먼저 전했다더군요. 왕처럼 말이지요. 실제로는 총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렀으면서 뉴스의 맨 앞에 나와서 훌륭한 사람인 ‘척’했던 것입니다. 혹시 그때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셨나요? 대통령 놀이 많이 하셨나 봐요. ‘땡전뉴스’를 보면서 ‘땡이뉴스’를 생각하셨나요? 9시. ‘땡’……‘이명박 대통령이……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걸 상상했나요?

땡이뉴스 만들기 작전, 오 노우!

자료를 찾아보니까 ‘땡이뉴스’ 만들기를 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더군요. 우리 엄마 말로는 당신의 정책과 반대되는 방송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압력을 넣어서 MBC의 <PD수첩>, KBS의 <미디어포커스>도 폐지하거나 바꿨다면서요? 엄마가 정말 좋아하던 프로그램인데 어찌된 일이냐며 화를 냈어요. 게다가 인터넷에 올린 사람들 글 하나하나까지 통제하더군요. 당신은 질투심도 어찌나 많은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보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니까 기분이 상하시던가요? 그렇다고 입을 막아서야 쓰나요? 무슨 말이냐고요? 에이 알면서. 미네르바 말이에요. 인터넷에 경제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글을 올려 호응을 얻은 ‘미네르바’. 모른다고 하진 않겠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어요. 그런데 당신들은 미네르바의 글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며 미네르바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요? 검찰에서 미네르바를 수사하겠다고 하고 정보당국에서는 미네르바가 어떤 사람인지 추적까지 했다고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쓰던 사람이 ‘이제 마음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면서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겠어요.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거예요. 여러 혼란의 책임을 개인에게 슬쩍 떠넘기면서 여론의 자유를 막아 버리다니. 에잇!


YTN 노조원들의 ‘낙하산 인사’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 / 사진출처 : 참세상

▲ YTN 노조원들의 ‘낙하산 인사’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 / 사진출처 : 참세상




그리고 대통령이 되자마자 KBS와 YTN 방송국 사장을 친한 사람들로 쏴아~악 갈아 치웠죠? YTN 방송국 노조원들이 ‘낙하산 인사’ 는 안 된다며 아주 오랫동안 싸워왔는데. 결국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사장이 되었더군요. 그에 맞서 싸웠던 노원들은 쫓겨나고 징계 받았고요. 아휴. 게다가 시민방송 같은 비영리방송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중단한다면서요?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여론으로 나올 수 있게 마련한 신문발전기금 같은 것도 모두 줄여 버리겠다고 했고요. 생각해 보면 당신은 민주주의니 언론의 자유니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긴 아는 것 같아요. 문제는 자기 혼자만 가지려고 하는 것이죠. 에이, 그건 민주주의도 아니고 언론의 자유도 아닌 폭력이죠. 폭력. 거대한 폭력. 자기 혼자만 가지면서 좋은 말로 포장하면 단 가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혼자만 가지려고 하니까 생겨난 말이 ‘민주주의’니 ‘언론의 자유’니 그런 것들이에요. 그건 그걸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편에 있는 거예요. 이제 돌려주시죠. 우리들의 권리.

이제 편지를 마무리하며 한 마디만 더 남기겠습니다. 이명박과 친구님들. 귀를 여세요. 우리들은 당신이 원하는 말만 하도록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태어났고 똑같이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한 평생을 살아가는 ‘인간’이예요. 5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모두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 다양한 생각을 아주 작은 수의 언론으로 감당하기도 힘든데 그 마저도 단 한명의 사람, 바로 이명박 당신 마음대로 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이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에요. 그야말로 뷁!!!

덧붙임

* 이선주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의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