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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자! 경찰 체포의 부당성

[기고] 사법부, 경찰의 자의적인 집행에 제동 걸어야

A씨는 8월 16일 새벽 1시경 종로 2가 시네코아를 지나가던 중, 경찰이 방패를 들어 기자들이 사진 찍는 것을 방해하는 것을 목격했다. A씨는 “경찰이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얘기하자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수십 명의 경찰들이 A씨를 에워싸고 강제 연행 했다. A씨는 당시 인도에 서있는 상태였다. 이후 A씨는 호송차량에 태워지기 전까지는 물론, 태워지고 난 후에도 불법행위가 무엇인지 수차례 설명을 요청했지만 경찰로부터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A씨는 체포 후 30분가량이 지난 후 호송차량 내에서, 다른 시각, 다른 장소에서 체포된 사람들과 함께 집시법 위반과 도로교통방해 등의 체포이유와 미란다 원칙을 들었다.

그 후 A씨는 새벽 2시경 마포경찰서로 옮겨진 후 체포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새벽 3시 체포적부심사 신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약 1시간가량 구체적인 절차를 안내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관련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다. 16일 저녁 6시 20분 A씨의 구속적부심사가 검찰에 기록접수 되었고, 다음날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이재신 판사 심리로 체포적부심사를 받았다.

당시 이재신 판사는 경찰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서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경우 경찰주장과 본인주장의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있고, 미란다 원칙 고지의 시기 등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로 돌아온 A씨는 17일 저녁 5시 20분경 "체포가 적법하고, 구금이 필요하다"는 기각통보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일반적인 구금가능시한인 48시간을 훨씬 넘긴 18일 저녁 6시경 석방되었다. 경찰이 A씨를 48시간 넘게 구금할 수 있었던 것은 체포적부심사를 신청한 경우, 처리과정에 걸린 23시간이 체포시간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인신구속의 위법성을 막기 위한 만든 체포·구속적부심사

지난 2007년 12월 2일 개정된 형사소송법(아래 형소법)은 체포적부심사를 신설했다. ‘체포·구속의 적부심사’제도는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법원이 그 체포 또는 구속의 적법여부를 심사하여 석방하는 제도이다. 형소법 214조의 2 ‘체포·구속의 적부심사’에 따라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는 본인을 포함해 변호인 및 가족 등 대리인 등이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혹은 피의자가 지정하는 자에게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당시 형소법 개정에서 체포적부심사 제도를 신설한 배경에는 체포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가려 내고 그를 통해서 체포과정에서도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도록 하는 것에 있었다. 이상희 변호사는 “과거에는 48시간 이내에 석방만 하면 되니까 체포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사법 심사를 받을 통로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체포 자체에 대한 적법성을 마련하기 위해 체포적부심사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약 7개월이 지났지만 현실에서 법의 취지를 살려 시행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회의와 희망이 교차한다.

일선 경찰들 체포적부심사 제도 몰라

A씨는 연행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비롯해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경찰로부터 고지 받아야 했지만, 연행되고 나서 30분이 흐른 후 호송차 안에서만 체포이유와 미란다 원칙만을 들었다. 또한 체포적부심사 청구에 대해서는 호송차 안에서는 물론이고 마포경찰서로 이송된 후에 경찰로부터도 듣지 못했다. 경찰은 체포적부심사가 있는지,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당시 같이 연행되어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B씨는 “체포 자체가 부당하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무작정 기다려라 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나에게는 절박했는데, 형사들은 가볍게 여기면서 번거롭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한다.

17일 경찰로부터 법원에서 기각통보를 받았을 때 기각사유에는 ‘체포가 적법하고 구금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체포의 위법성을 판단해달라는 요청에 사법부는 결국 경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도 어긋난다. 미란다 원칙 고지 시기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대법원2000. 7. 4.선고99도4341판결)는 "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할 경우 반드시 범죄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이와 같은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이전에 미리 하여야 하는 것이며 여의치 않더라도 일단 붙들거나 제압한 후에는 지체 없이 행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이번 사례의 경우 다른 사례에 비해 체포의 부당성을 밝힐 수 있는 좋은 사례였으나 수사기간과 법원이 한 몸이 되어 판단했다”며 “체포적부심사 제도 자체는 좋으나 제도를 운영할 사법기관이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인신구속은 예외적이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도 “체포를 시행한 쪽에서 적법절차를 지켰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피의자를 석방하는 것이 형소법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경찰의 자의적인 집행에 제동 걸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체포적부심사 도입 취지와는 무관하게 변호사들조차 때로는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기피하기도 한다. 체포적부심사가 기각되자 경찰들은 체포과정의 적법함을 인정받았다는 듯 기세가 당당해서 피의자 입장에서는 마치 법원의 판단이 경찰에게 면죄부를 준 것 같다고 전한다.

또 다른 한편, 아직까지 법원 내부에서 관련 사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만큼 이 제도의 취지에 따라 긍정적으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경찰이 촛불연행자들을 잇따라 불법연행하고 있는데 경찰의 불법을 사법적으로 제동을 걸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 법원은 법에 따른 인신구속의 절차를 확립해 경찰의 자의적인 집행을 막아야 하고 체포된 피의자는 자신이 연행된 과정에서 겪었던 위법성을 최대한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희 변호사는 “청구인과 경찰이 상반된 주장을 펼 때 청구인의 주장을 뒤받침 할 수 있는 증거와 증인이 필요하고, 체포적부심사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조력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임

*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