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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날다] 엉거주춤 멀뚱멀뚱 분위기, 확~ 바꿔!

‘몸풀기 맘열기’로 더욱 풍성해지는 인권교육

운동회라도 하는 거야? 웬 ‘몸풀기 맘열기’? 격렬한 운동을 하기 전에 이곳저곳의 굳은 근육들을 풀어주는 준비운동이 꼭 필요하듯이 인권교육에서 몸풀기 맘열기는 없어서는 안될 ‘준비운동’이다.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해줄 입담은커녕 통기타를 치며 노래할 수 있는 재주는 더더욱 없는데 어떻게 얼음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는 사람들의 몸을 풀고, 마음을 열게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고민들이 이어지겠지만, 일단 한번 해보면 안다! 먼저 몸풀기 맘열기의 세계에 빠져보시라.

날개달기 - 제대로 풀고, 열려면

“참가자들이 좀 뛰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한가요?”
“책상과 의자는 움직이기 편한가요?”
인권교육 요청이 들어오거나 워크숍 장소를 알아볼 때 꼭 하는 질문 중 하나다. 계단식 강의실이나 참가자 수에 비해 턱없이 좁은 공간을 마련할 경우는 ‘대량난감’. 그때는 인권교육을 진행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몸풀기 맘열기는 공간이 적절하지 않으면 아예 진행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장소를 확인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그렇다면 몸풀기 맘열기는 언제, 누구와 해야 할까. 인권교육에서는 꿈틀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서먹서먹한 관계와 분위기에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몸풀기 맘열기는 서로 멀뚱멀뚱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꿈틀이들이 인권교육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북돋아 주는 과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몸풀기 맘열기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며, 서로 처음 보는 꿈틀이들 뿐만 아니라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몸풀기 맘열기를 통해 이들을 인권교육의 주체로 초대해야 한다.

더불어 날개짓 - 들썩들썩, 시끌벅적

자료집을 펼쳐들고 열심히 들을 준비를 하고 있는 꿈틀이들에게 책상을 치우고 다같이 둥글게 서보자고 하면, 뭘 하려고 그러나 하는 호기심과 귀찮음의 표정이 교차한다. 기존의 교육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강의가 많은 탓에 인권교육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해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했던 꿈틀이들은 자신들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과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순간 돋움이는 당황스럽겠지만, 중단하지 말고 그 다음을 시도해 보자.

다양한 몸풀기 맘열기

▲ 다양한 몸풀기 맘열기



처음 만나는 사람과 눈을 마주본다는 것은 굉장히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놀이를 통해 서로 눈을 마주하고, 다양한 형식으로 인사를 한다면 어색함은 더 쉽게 깨질 수 있다. ‘찌릿찌릿 눈빛교감’도 꿈틀이들이 서로에게 주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놀이 중 하나다. 꿈틀이와 돋움이 모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전체 인원수보다 한 자리를 부족하게 하고, 남은 한 사람이 술래가 되는 것. 술래는 원 안에 서서 둥글게 앉아있는 꿈틀이들을 향해 ‘○○한 사람, ○○하게 인사하기’라고 외친다. 예를 들어 ‘검정 양말을 신은 사람,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인사하기’라고 술래 꿈틀이가 외치면 앉아 있던 꿈틀이 중 해당하는 사람만 일어서서 요구한 방식으로 인사를 하고, 잽싸게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결국 자리에 앉지 못한 꿈틀이가 다시 술래가 된다. 어느새 엉덩이가 들썩들썩. 엉거주춤 뭘 해야 하나 어색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새 날아, 둥지 날아’는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놀이다. 우선 세 명의 꿈틀이가 한 조가 된다. 두 명의 꿈틀이가 서로 마주보고 두 손을 잡아 가운데 공간이 생기면 그 안으로 나머지 한 명의 꿈틀이가 들어간다. 안에 있는 꿈틀이는 ‘새’가 되고, 손을 맞잡은 두 명의 꿈틀이들이 ‘둥지’가 되는 것.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한 명의 술래가 있다. 술래는 ‘새 날아’, ‘둥지 날아’, ‘모두 날아’를 선택해서 외칠 수 있다. 술래가 ‘새 날아’라고 외치면 새의 역할을 하는 꿈틀이들은 둥지를 빠져나와 다른 둥지로 이동해야 한다. ‘둥지 날아’도 마찬가지다. 단 둥지 역할을 하는 꿈틀이들은 맞잡은 손을 풀고 따로 움직여야 한다. ‘모두 날아’를 외치면 새와 둥지 역할을 하는 모든 꿈틀이들이 움직여야 한다. 이 때 ‘새’는 ‘둥지’로 바뀔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멀뚱멀뚱 서 있던 꿈틀이들조차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녹아들게 된다.

‘새 날아 둥지 날아’에 흠뻑 빠진 꿈틀이들

▲ ‘새 날아 둥지 날아’에 흠뻑 빠진 꿈틀이들



이렇듯 ‘엉거주춤’이 ‘들썩들썩’으로, ‘멀뚱멀뚱’이 ‘시끌벅적’으로 바뀌는 순간, 꿈틀이들은 오직 강연자에게만 향했던 마음과 눈을 서로에게 돌리게 되고, 서로의 경험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꿈틀이들은 그동안 일방적인 지식 전달 교육이 얼마나 자신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마음을 맞대어 - 오히려 몸과 마음을 얼게 할 수도

그런데 몸풀기 맘열기를 진행하면서 자칫 실수를 하기도 한다. 서로 경쟁적으로 되거나 승패를 갈라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식에 따라 어느새 몸풀기 맘열기가 꼭 이겨야 하는 경쟁이 되기도 한다. 소수자들을 고려해 몸풀기 맘열기를 진행해야 함에도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경우, 누군가를 배제하면서 놀이가 진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참여하는 꿈틀이들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의 두 가지를 몸풀기 맘열기로 준비했다면 휠체어를 타고 있는 꿈틀이의 경우는 놀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 또한 신체 접촉이 불편한 사람에게 ‘새 날아, 둥지 날아’는 무리한 요구가 돼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 수도 있다.

몸풀기 맘열기의 경우 신체를 부딪치거나 움직임이 큰 놀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혹은 신체 접촉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예 빠져서 몸풀기 맘열기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선 비장애인 중심적인 활동이지는 않은지, 신체 접촉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준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불어 모든 꿈틀이들이 함께 몸풀기 맘열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휠체어를 탄 꿈틀이의 키에 맞춰 몸을 움직이도록 하거나 손을 맞잡아야 할 때 막대나 줄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을 창의적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