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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법외’ 공무원노조를 향한 ‘더 큰 불법’

정부가 공무원노조 사무실 강제 폐쇄라는 칼날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에 160여 개에 달하는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을 22일까지 강제 폐쇄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경남도청과 경기도청 사무실은 이미 납땜질 당했다. 공무원노조를 싹쓸이하기 위한 전면전에 나선 셈이다. 사용자 정부의 부당노동행위에 공무원노동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9일 결의대회와 삭발식에 이어 12일에는 권승복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했다.

이 같은 탄압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굴복시키기 위해 갖은 탄압을 일삼아왔다. ‘합법노조 전환’이라는 허울 아래 조합원들을 강제 탈퇴시키는가 하면, ‘집단행동 엄벌’이라는 고리타분한 명분을 내세워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원들을 징계,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가족들까지 협박 전화에 시달리고 가족과 생이별해 벽지로 귀향간 이들도 있다. 2002년 설립 이래 6백여 명 구속, 4천여 명 파면·징계라는 수치만으로는 공무원노조가 걸어온 고난의 길을, 공무원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심장에 박힌 대못을 감히 짐작하기 힘들다.

정부는 말한다. ‘불법’노조를 그냥 두고 볼 순 없다고. 정부에 되묻는다. 공무원노조를 법 밖으로 내몬 것은 누구였나. 1월 발효된 공무원노조특볍법을 보자. 전체 공무원노동자 중 극히 일부에게만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섭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해 교섭의 의미를 아예 무색하게 만들었다. 단체행동권은 아예 꿈도 꾸지 말란다. 개구멍으로 기어들어와 손발 묶인 채 테이블에 앉아 교섭을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인권을 밟고 선 법의 폭력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신이 저지르는 ‘더 큰 불법’을 애써 보지 않고 있다. 공무원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결코 양보될 수 없는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의 권고에도, 국제인권기구와 인권단체들의 거듭된 비난에도 정부의 파렴치는 오히려 도를 더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노동3권 보장은 억지가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앞서 보장하고 있는 보편적 권리 주장이다. 북유럽에서는 우리보다 1세기나 앞서 노동3권을 전면 보장해왔다.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정부의 시퍼런 탄압 서슬도 이 흐름을 거꾸로 돌리지 못한다. 4년 전 6만명으로 첫발을 내딛은 공무원노조는 그 사이 조합원 수를 두 배 이상 늘려왔다. 정부의 엄포도 민주노조를 지켜내려는 공무원노동자의 단결을 막을 순 없었다. 공무원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국가기관의 민주화와 부패 추방, 정부정책의 공공성 강화와도 직결돼 있다. 공무원노조가 설립 이래 상명하복의 낡은 질서를 뒤엎고 부패 사슬 끊기, 공공서비스 사유화 저지 등에 매달려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 서둘러도 늦다. 정부는 하루 빨리 공무원노동자의 기본권을 옥죄는 공무원노조법을 손질해야 한다. 사용자인 정부가 노조 탄압을 위해 ‘행정대집행’을 자행하는 어이없는 방침부터 철회해야 한다. 납땜질 당해야 할 것은 공무원노조 사무실이 아니다.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주장이 아니다. 정부의 파렴치와 낡은 노동탄압 질서부터 납땜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