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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교도소내 산재, 국가가 책임져야"

서울지법, 턱없이 낮은 '위로금' 지급관행도 제동


교도소 내 작업장에서 일을 하다 다친 수형자에게 '국가가 책임지고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주인공은 전모(32)씨. 전씨는 2000년 1월, 전주교도소 취사장에서 고추분쇄기를 이용한 작업을 하다 손가락이 네 개나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전씨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명절 휴가에 따른 인원부족으로 교도관들이 외근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교도소 내 병동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그후 3일동안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결국 두, 세 번째 손가락을 한마디씩 더 잘라내야 했다. 하지만 교도소측이 전씨에게 준 위로금은 고작 3백7십여만원이었다.

이에 전씨는 2001년 4월 출소한 직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지난 4일 법원으로부터 2천3백여만원의 국가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서울지법 민사단독25부 정재훈 판사는 "작업자가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도 국가에 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교도소 내 작업장에도 안전장치를 정비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설이 너무 열악해 다칠 위험이 높지만 '조심하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는 전씨의 지적은 그동안 수형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 속에 방치되어 왔음을 잘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에 대해 이상희 변호사는 "수형자가 작업 중 손해를 입은 경우 위로금 명목으로 배상액을 낮게 책정했던 그동안의 판례와는 달리, 수형자에게도 일반 노동자의 하루 임금을 적용한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법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형자들이 하루 7, 8시간 일한 대가로 받는 '상여금'은 고작 월 2만원 정도이다. 작업 도중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위로금'도 턱없이 낮다. 이에 대해 법무부 교정국 작업지도과의 김광희 계장은 "예산이 적은 탓도 있겠지만, 단순 제조업이라 상여금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까지의 관행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독일의 수형자의 경우, 작업 임금을 일반 노동자의 75% 정도 지급받고, 산재보험도 적용받고 있다. 수형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사회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상임활동가는 "교도소 내 '작업'은 수형자들의 출소 후 사회정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 시급히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