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12월 1일은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만이 아니라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에이즈라는 질병의 확산을 막지 못하고 그저 공포에 떨던 시기를 거쳐 1995년 에이즈를 예방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에이즈의 날을 만들었답니다. 하지만 점차 질병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 대처와 치료가 발달했습니다. 에이즈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병의 상태에 따라서 꾸준한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에 문제가 없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왜 우리는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10년이 다 되도록 외칠까요?

2014년에도 대한민국에서 HIV/AIDS 감염인의 현실은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1,000개가 훌쩍 넘는 요양병원의 난립 속에서 홈리스를 납치하다시피 병원에 입원시켜 돈을 벌기도 합니다. 또 많아진 시설의 수에 비해 제대로 관리할 인원이 부족해서 사고가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난립하는 요양병원들 중에 HIV/AIDS 감염인이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2013년까지는 '수동연세요양병원' 딱 한 곳이 있었지만 ‘유일한 에이즈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감염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일삼았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환자들의 증언과 HIV/AIDS 감염인 인권 운동의 목소리로 정부가 수동연세요양병원을 에이즈환자에 대한 장기요양 사업 위탁을 취소시키도록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후속 대책이라고는 전무하다시피 손을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가 관리하는 에이즈환자 뿐만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국립요양병원을 마련 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유엔 에이즈계획에서 최근 한국에 방문하면서 다른 나라들은 HIV/AIDS 감염인들이 각종 시설에서 나와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데 왜 한국에서는 국립요양병원을 필요로 하는가라고 물었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한국의 HIV/AIDS 감염인 인권 운동이 10년이 다되도록 12월 1일을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로 외치는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질문에 답이 들어있다고 하던가요.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치료의 수준이 올라갔음에도 에이즈 환자에게 장기 입원이 가능한 요양병원이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에이즈에 대한 차별이 그 어떤 질병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반증합니다. 에이즈 환자임이 알려지는 순간 경제활동을 물론 일상적인 생활을 무엇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에서 HIV/AIDS 감염인들이 최후에 가는 곳이 바로 요양병원인 것입니다. 만성적인 빈곤과 차별 에 노출되는 에이즈 환자들 역시 요양병원이 좋아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보루가 요양병원인 것이지요.

 

자본의 논리로 환자를 골라 받는 요양병원들과 에이즈 환자가 입원한 병원으로 낙인찍고 감염인을 기피하는 사회적 차별이 모순을 만들어 냈습니다. HIV/AIDS 감염인을 요양병원밖에 갈 수 없도록 내몰았지만 동시에 받아주는 병원 하나가 없는 이 모순 말입니다. 그래서 HIV/AIDS 감염인들이 지금 필요한 것은 안심하고 치료와 간병을 받을 수 있는 국립요양병원이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민간의 요양병원이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지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그런 요양병원이 지금 우리에겐 절박합니다. 하지만 이 최후의 보루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국가를 향해 우리는 언제나 12월 1일은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이라고 외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