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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S씨의 잠버릇

‘편한 잠자리가 좋은 하루를 만듭니다.’ 무슨 침대광고 카피 같은 문구입니다. 지금부터 편치 못한 잠자리로 힘들고 고된 수용생활을 하고 있는 한 수용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부산교도소에 수용된 S씨는 어릴 적부터 심한 잠버릇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한방에서 잠을 자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S씨는 잠버릇을 고치려고도 많이 노력해 보았으나, 선천적이며 워낙 고질적이라 쉽게 고치질 못하였다 합니다. 그러한 S씨는 지금 징벌사동에서 “입실거부”로 징벌을 받고 있습니다. S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요?

S씨는 심한 몸부림으로 동료 재소자에게 피해를 주게 되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명이 겨우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을 하는 형편이라, 살만 조금 부대껴도 예민하여 감정이 상할 지경인데, S씨의 과격한 몸부림은 동료 재소자들과의 불화의 원인이 되었을 것 입니다. 교도소 담당 직원에게 여러 차례 상담을 하였으나 방을 옮겨주는 임시방편만 마련해줄 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방을 옮긴다고 S씨의 잠버릇이 고쳐지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지금 부산교도소는 시설에 비해 수용인원이 많아 독거방이 부족하다는 것이 교도관의 해명이었습니다. 대책이 없자, S씨는 주위 수용자들에게도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도 하루라도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징벌방이 더 낫겠다 싶어 며칠째 방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입실거부로 징벌방에 가게 된 것이지요.

우리나라 행형법은 독거수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행형법 11조). 그러나 시설 및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혼거수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말은 그러하나 혼거수용이 대부분인 실정입니다. 이뿐 아니라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많은 교도소는 과밀수용 상태입니다. UN의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제9조)에는 개개인의 피구금자마다 야간에 방 한 칸이 제공되어야 하며, 일시적인 인원과잉 등과 같은 특별한 이유로 이 규정에 예외를 둘 필요가 있을 경우에도 한방에 2명 이상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 여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교도소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 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수용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어주기란 행정상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될 거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본적 권리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언제까지 수박 겉핥기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잠버릇이 뭐가 대수냐?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 것을 갖고 유난을 부린다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되는 문제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문제로 인식해주는 것이지요. 교도소 행정 담당자들은 “실정”을 운운하며 속수무책으로 대응하지 말고, 좀더 적극적으로 이를 문제로 받아들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S씨의 사연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S씨는 그 이후로 얼마동안 징벌방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입실거부가 불가능해지면 다시 일반사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주위 동료와의 불화 속에서 다시 한번 깨어도 악몽인 지옥을 겪게 될 것 입니다. 아마도 그가 퇴소하는 그날까지 이 악순환은 계속 되겠지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전에 “단 하루라도 편히 잠자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