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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다양한 가족·가정형태 인정해야"

인권위,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 다양한 가족·가정형태에 대한 차별의식과 차별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법 개정을 권고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의 정의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가정'의 정의를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은 △가족해체와 이혼 예방 △소득보장 등 가정에 대한 지원 △자녀양육지원 등을 규정해, 이성간 혼인과 자녀 양육을 전제로 한 이른바 '정상가족'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인권위는 "혼인·혈연·입양의 관계가 없는 다양한 가족 및 가정이 실재하고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가족 및 가정에 대한 정의가 차별의식이나 차별행위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가족·가정의 정의를 수정하고 이에 적합하게 법률을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또 '건강가정기본법'이라는 법률명이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는 반대개념을 쉽게 추론시키고, 이를 통해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고 생각되는 가정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다른 기본법처럼 중립적인 법률명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다양한 가족·가정형태로 △법적 입양을 하지 않고 아동을 위탁해 생활하는 위탁가정 △노인시설·아동시설에서 법적관계를 맺지 않고 손자-할머니 관계 등으로 생활하는 그룹홈 △사실혼 관계 △동거가정 △독거가정 등을 들었다.

이번 권고에 대해 세계화반대여성연대 정주연 활동가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가정에 복지서비스가 제공될 근거를 만든 점은 환영할 만 하지만 권고내용이 가족의 다양성에만 머물러 있어 아쉽다"라며 "가정 안에서 여성이 가사와 부양을 맡고 여기에 국가가 일정한 지원을 하는 구조는 한 치도 바뀌는게 없다"라고 말했다. 또 "법 이름에서 '건강'을 떼더라도 이 법 자체가 '가족해체'라는 가족의 위기를 막는 것에 목적이 있고 가족을 대단히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가족 중심의 사회구성을 상정하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라며 "성차별적인 법 자체를 폐지하고 가족 기반이 아니라 개인 기반의 복지구조를 모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