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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군대에서도 인권의 싹이 돋아나야 해요

지난 6월 19일 새벽, 여덟 명의 군인아저씨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적군을 만난 걸까요? 아니면 훈련을 하다가 사고라도 난 걸까요? 아니요, 같은 부대에서 함께 생활하던 군인아저씨가 저지른 일이었답니다.

북한과 남한을 가로지르는 휴전선에서 생활하던 군인 김 일병(*) 아저씨. 6월 19일 새벽에, 북한을 살피는 감시초소(**) GP(지피:GUARD POST)라는 곳에서 다른 군인아저씨들을 향해 수류탄 한 개를 던지고 총을 쏘았습니다. 그래서 여덟 명의 군인아저씨는 목숨을 잃고 두 명의 군인아저씨는 많이 다쳤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붙잡힌 김 일병 아저씨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봤지요. 김 일병 아저씨는 다른 군인아저씨들이 자기에게, 욕을 하고 심하게 꾸짖고 화내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대요.

지금, 많은 어른들이 김 일병 아저씨의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어른은 모든 잘못이 김 일병 아저씨에게 있다고 여겨 아주 무서운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어른은 요즘 젊은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하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생활과 구별을 못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조금만 힘들어도 참지 못하는 성격까지 심해져 이런 일이 일어난 거라고 여기는 거지요.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요? 이번 일은 김 일병 아저씨가 아주 나쁜 사람이라 벌어진 일인 걸까요? 아니면 정말 컴퓨터 게임과 현실(생활)을 구별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일까요?

아니요, 사실 이러한 똑같은 일이 컴퓨터 게임이 없던 옛날에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김 일병 아저씨 때문에 죽은 군인아저씨들이 대부분 김 일병 아저씨보다 높은 계급의 군인이었다는 사실도 빠뜨리지 말고 생각해보아야 할 거예요.

김 일병 아저씨는 군인입니다. 군인은 군대에서 생활하지요. 군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만든 모임(사회)입니다. 군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군인을 계급에 따라 한 줄로 세웁니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군인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을(따라야) 해야 하지요. 그래서 실수를 해서 심하게 욕을 들어도 가만히 있어야 하고요. 심지어 나보다 계급이 높은 군인이 이유 설명 없이, 기합을 주거나 매질을 해도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일을 시켜도 따라야 하고 말이지요(***)(이런 것을 폭력/폭력적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계급이 높은 군인아저씨들이 지금은 군대가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군대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대가 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렇게 슬프고 화나는 일들이 군대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군대에서 생활한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갖게 될까요? 나를 포함한 내 주위 사람들을 모두 한 줄로 세우진 않을까요? 그리고 나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내키는 대로 대하진 않을까요?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슬쩍 눈감아주며 '예의'라는 이름으로 지나친 친절을 베풀고, 아랫사람이 나에게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지는 않을까요? 어쩌면 오히려 군대의 이런 모습을 슬퍼하며,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것인지 깨달을 수도 있겠지만요.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김 일병 아저씨는, 자기에게 심한 욕을 하고 꾸짖고 화내던 계급 높은 군인아저씨들을 혼내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김 일병 아저씨가 이러한 마음을 먹게 된 건, 인간이면 누구나 가져야 할 권리(인권)를 무시한 채 사람을 난폭하게 다루는 군대 때문이 아닐까요? 사람은 어디서나 사람답고 싶은 마음을 가집니다. 또 그래야 하고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 어느 사회에서나 모임에서나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특히 군대는 비밀이 참 많은 곳입니다. '나라를 위해 비밀로 해야 한다'라며,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하게 했거든요. 심지어 모든 이가 알아야 할 것도 그렇게 꽁꽁 숨겼답니다. 하지만 이젠 쓸데없는 벽은 허물어야 하겠지요. 군대 안에서 인권이 얼마나 존중되는지, 인권지킴이 역할을 하는 기구들(국가인권위원회나 인권단체들)이, 언제든지 살필 수 있게 말입니다. 또한 군대 안에서 인권을 무시당하는 일을 보거나 당했을 때, 누구든지 주위에 알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한다면 안 될 거예요. 군대는 마음 놓고 누구나 서로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해줘야 합니다. 한편 훈련소나 전문적인 군인을 기르는 사관학교 같은 곳에서는 인권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인권교육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곳에서 인권에 대해 전혀 가르치지 않는 것은 군대를 더욱 난폭하게 만들 테니까요. 어디서든지 누구든지 인권에 대해 알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그만큼 다른 이의 인권도 존중할 줄 알 테니까요.


* 일병 : 일등병을 줄인 말로, 사람 이름을 뜻하는 게 아니라 군대에 있는 계급 중 하나랍니다. 보통 군대에 들어가면 2년 동안 군인으로 생활하게 되며, 이등병(이병) - 일등병(일병) - 상병 - 병장, 의 순으로 계급이 올라갑니다.

** 초소 : 무슨 일이 생길까봐 망을 보거나 주위를 살피기 위해 만든 곳을 말합니다.

*** 2005년 1월, 군인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쳐주는 훈련소에서, 계급 높은 군인아저씨(대위)가 화가 나서 훈련병들에게 인분(사람의 똥)을 손가락으로 찍어 억지로 입에 넣게 했던 일이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