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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의 한달

[꿈사마당]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작은 실천

일상적인 폭력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중심에는 학교와 군대가 있습니다. 폭력은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며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사람들은 폭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정도로 많이 싸우셨습니다. 이러다가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두려웠습니다. 폭력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것은 집 밖이 아닌 바로 집 안이었습니다.
어릴 때 형성된 내성적인 성격으로 중학교에서 많은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며 또 다른 폭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괴롭힘을 받으면서도 그 아이들에게 주먹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때린 만큼 저 아이들도 아플 것이고 내가 받는 고통도 그 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일방적으로 맞는 것이 편했습니다. 그 아이들과 맞서 싸운다면 그만큼 더 고통스러워 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폭력은 당사자들 뿐 만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상처와 영향을 줍니다. 그런 일상적인 폭력은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아무렇지 않게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폭력을 가하게 됩니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학교가 학생에게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폭력은 너무나 가혹하고 일방적이며 일상적인 것이었습니다.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 두발제한, 교복착용, 교사폭력, 획일적인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어려운 교육구조 등은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 덧붙여 학교라는 의미에 반하는 폭력에 다름없었습니다.
학생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에 반대한다면 또 다른 폭력에 시달리기에 더욱더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던 찰나에 PC통신 토론 게시판에서 일상적인 학교 폭력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는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 암기과목으로서가 아닌 삶에서 채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뜻을 모아 또래 친구들과 함께 1995년 ?중, 고등 학생복지회?(이하 학복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학복회?의 활동은 작게는 학생의 권익을 보장하고, 크게는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언론에 열악한 학생들의 인권상황을 알려내고 서명운동, 헌법소원 준비 등 중, 고등학생들만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마저도 학교는 폭력으로 대응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복회?의 활동으로 이 사회에서 침묵하며 살아간다면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질 수 없고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참여하는 민주주의 대한 열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교와 군대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 안에 수많은 폭력이 자행된다 하더라도 신성한 교권이든지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들로서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을 정당화시켜 버립니다. 그런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강요하고 구속하려하는 것이 당연해 지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군대를 직접적으로 처음 겪은 것은 병무청에서의 신체검사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접한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고통으로서 느껴왔기에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오랫동안 앓게 되었고 그로 인해 신체등급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왜 4급이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정신질환자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인지 꺼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가지며 살아야 합니다.
폭력적인 군사 문화는 남성이 군대를 가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편견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편견이 차별이 되어 폭력으로 개개인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입대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병으로, 군 입대를 위한 신체등급으로 두 번 차별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더욱이 군대에서 군인들은 무기를 손에 쥐고 사람 죽이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제압해야 한다고 혹은 죽여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그 곳에서 군인은 군인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의 포기를 강요받으며 병력으로서, 적을 제압하는 도구로서 전락하게 됩니다.
군내에서의 폭력적인 문화는 남성지배적인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군대를 갔다 온 교사들에 의해 중, 고등학교 현장으로 전달되고 그렇게 배워간 아이들은 다시 군대에 들어가서 그 폭력적인 문화를 재학습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 가정을 이루고 그 자식들에게 그런 폭력적인 문화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보여주고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을 합니다.
인격이 형성되는 10대와 20대에 학교 폭력과 군대 폭력을 겪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직장에서 생활공간에서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발현하게 됩니다. 그 폭력은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학교와 직장, 생활공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와 세상에 실망하고 고통 받고 괴로워하며 저와 같은 정신질환자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누구나가 폭력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신들의 평화를 얻기 위해 그 무엇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려움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하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전쟁 종료를 선언했지만 그들은 아직도 테러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우리 역사는 이라크 침공과 비슷했습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기와 군사를 늘려 왔습니다. 일시적으로 평화는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에 따른 두려움과 폭력으로 인해 인간성 상실로 이 나라에서는 지금보다 더욱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전 세계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보다는 평화로운 복지국가로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민주주의 국가를 바라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지표로 삶의 수준을 말하지 않고 돈이 없어도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이 삶의 수준을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원하고 있습니다.

병역거부를 고민하며 ?학복회?에서 활동했던 많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학교에서의 체벌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올바른 학교 만들기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걸어왔던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고 진정으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행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힘들었지만 앞으로가 더 힘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당장의 안일을 위해서 앞으로 다가올 시련을 방관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무거운 한발을 또 다시 내딛습니다.

평화는 군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군대가 존재하는 한, 전쟁의 위협은 계속 됩니다. 평화를 원하고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군대를 거부합니다. 폭력적인 문화를 생산하는 군대와 관련된 일에 관여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화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활동가로서 군대를 거부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되는 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의 노래를 들음으로 감동 받으며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짧은 생을 살아오면 그 사이 경험했던 것들을 이제는 노래하고 싶어 졌습니다. 반전과 평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저의 삶 역시 그 노래처럼 적극적으로 평화를 찾아가며 살아갈 것입니다.
현실만을 이야기하고 그 것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아무런 발전이 없을 것입니다. 저의 병역 거부는 평화와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작은 실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