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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학도호국단 운영계획을 즉각 폐기하라

최근 교육부가 작성, 일선 학교에 내려보낸 '전시 학도호국단 운영계획' 문건이 폭로되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학도호국단이란 무엇인가? 냉전독재시대에 학교를 병영화하고 학생운동을 억압하고 학생들을 전쟁연습에 동원하던 준군사체계가 아니었나. 이 계획은 평상시에는 비밀리에 학생들에게 군번과 같은 단번을 부여하고 학교마다 연대·대대·중대로 교사와 학생들을 편제시킨다. 그러다가 전쟁위협 상황인 '충무2호' 상황이 되면 학도호국단은 더 이상 지면이 아닌 현실로 나타난다. 그때 평상시 비판적 활동을 해온 이른바 좌경교사와 학생은 '격리조치'되고 '특단의 대책'의 대상이 된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가. 갑자기 학생사회가 군대로 돌변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경계활동과 복구사업에 투입한다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군사작전의 일환이며 학생들을 전쟁에 강제동원 하겠다는 치밀한 계획일 뿐이다.

지난해 유니세프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0개국에서 수십만 명의 아동병사들이 무력분쟁에 동원되고 있고,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어린이는 6백만 명에 이르며, 지난 10년간 200여만 명의 아동병사가 전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무력분쟁에 이용되는 심각한 상황을 막기 위해 유엔은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아동권리협약)과 '아동의 무력분쟁에 관한 선택의정서'를 채택하여 각국이 이를 지키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전쟁의 피해로부터 최대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지 어떤 이유로도 무력분쟁, 전쟁에 동원되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인권법의 정신이다.

이번에 폭로된 학도호국단 운영 계획은 이런 국제인권법의 정신을 깡그리 부정하고, 고등학생들을 군사체제로 편성하여 군사작전에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 계획에서 밝히고 있는 바 전시상황과 좌경이라는 것은 권력자의 자의적인 의지와 판단으로 예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 계획대로라면 좌경학생과 좌경교사들은 평상시에도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감시당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학교를 병영화하고, 평소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학생과 교사들을 감시, 통제하겠다는 이런 반인권적인 발상이 비밀 계획으로 수립되고 매년 갱신되고 있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교육부는 언론에 보도자제를 요청하고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반인권적인 계획은 수정이 아니라 당장 폐기처분하는 것이 옳다. 더불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랄한 계획을 교육 관료들 몇몇이서 비밀리에 수립하여 시행한 점을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히 문책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부는 평화, 인권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명분으로도 청소년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발상은 용납될 수 없다. 한편 이와 유사하게 군사 독재정권에서 수립되어 지금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을 전쟁동원 비상계획과 관행을 낱낱히 밝히고 폐기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한국사회는 냉전 독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