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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학생징계? 도대체 뭘!

서울시 교육청, "징계, 거론한 적 없어…그러나 각급학교 징계는 우리 몫 아냐"

교육당국이 놀라운 '발뺌'의 처세술을 또 다시 선보이며, 인간다운 청소년의 삶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농락하고 있다.

최근 경쟁교육 중심의 입시 압박에 죽어간 학생들을 추모하는 7일 추모제(아래 추모제)와 반인권적 두발규제에 저항하는 14일 캠페인과 촛불 문화제(아래 촛불문화제)에 대해 교육당국은 원천봉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교육부가 학생들의 집단행동 예방 지침을 밝힌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은 6일 학생집단행동 예방지도팀 운영 계획을 통해 '학생집회 참여 사전 방지, 집회 원천 방지'를 지도방침으로 발표했다. 더욱이 일부언론을 통해서는 '촛불집회 참여 학생 징계'로 보도되면서 청소년들을 압박하고 있다.


누가 무엇을 처벌한다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서울시 교육청 중등교육과 정세만 생활지도 담당자는 "교육청 차원에서 징계나 처벌을 거론하고 논의한 바 없다"고 말하면서도 각급 학교에서 행해지는 징계에 대해서는 "학교에 권한이 있는 것이다. 교육청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교육청 중등교육과 박건호 장학사 역시 "학생들의 의사표현에 징계라니, 지금이 어느 시절이냐"고 징계 방침을 부인하면서도, "학교 차원의 징계는 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반복했다. 이런 교육당국의 '나 몰라' 태도는 과거 학생들의 학교규칙 개정 요구에서도 숱하게 반복되어 왔다. 학생 보호와 교육을 책임지는 감독 기관이라고 자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각급 학교도 떠 넘겨 버리는 그들의 고유하고도 오래된 행태이다.


결사와 표현의 자유, 우리에게도 있다

학생들의 추모제 참여를 막는 이유에 대해서 박건호 장학사는 "학생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이제 중학교 졸업한지 2달 밖에 안된 아이들이다. 나이도 어리고 정신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추모제로 충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참여를 자제시키려 한다"며 "표현의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굳이 집단행동으로 해야하는가"라고 물었다. 청소년의 의사표현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안과 학생들 이번 행동의 연관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장학사는 "이번 추모제와는 관계없는 것 같다"며 성급히 인터뷰를 끝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의사결정과정과 학교 내외에서의 정치활동에서 아동의 능동적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법률, 교육부의 지침 및 학교교칙을 개정하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아동이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결사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아동권리협약 12조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추모제와 촛불문화제에 대한 교육당국의 원천봉쇄 지침은 청소년의 기본적 권리를 짓밟는 반인권적 행위이다.

더욱이 학생들의 추모제 참여를 '집단행동'으로 규정 각급학교 징계로 이어질 경우, '정치활동 참여'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허가받지 않은 모임 참여'등의 애매한 규정에 따른 처벌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닫힌 마음을 열고 들어라

이에 청소년단체와 사회단체에서는 청소년들의 사회적 발언을 틀어막는 교육당국의 반인권적 비교육적 방침을 규탄하며 근본대책을 요구했다. 6일 오전 10일 전교조, 문화연대,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징계로 탄압하는 것을 중단하고, 교육당국이 자살과 거리시위 등을 통해 표현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추모제를 추진하고 있는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안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밝혔다. 희망은 "학생들의 내신등급제 반대가 본고사부활 등으로 왜곡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추모제 참여 학생들의 안전 우려를 이해"하지만 "청소년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기성세대가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7일 추모제는 오후 6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진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