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김영원의 인권이야기] 차마 하지 못한 말

얼마 전부터 안양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가서 인권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사법절차에서 아이들이 겪게 되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때리지 마세요, 반말하지 마요, 협박하지 말아요, 무시하지 마요, 공평하게 재판해주세요" 아이들은 경찰서와 검찰청, 그리고 법원을 거쳐 소년원에 오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었던 부당한 일들을 떠올리며 그때는 무섭고 두려워서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조서에 내가 하지 않은 내용까지 들어가 있어서 사실과 다르다고 했더니 막 머리를 때렸어요", "자꾸 때리면서 반말을 하길래 나가서 신고한다고 했더니 너 같은 애는 반드시 소년원에 집어넣겠다고 겁을 줬어요", "나도 똑같이 맞았는데, 그 애는 아무 잘못이 없데요. 너무 억울해요", "부모님이 재판에 오시지 못했는데 너희 부모는 뭐하는 사람들이냐며 소리를 질렀어요", "너무 무섭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우리한테도 사생활이 있는데 일기 검사는 하지 말아요"

체포, 수사, 재판, 구금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고문이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 등이 있음에도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비행청소년=범죄자'라는 낙인은 사법절차 전 과정에 스며들어 이들이 누려야 하는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거기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훈계라는 이름의 폭언과 폭행이 뒤따른다. 오히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역이용해 죄를 덧씌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아이들은 사법절차 과정에서 자신이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이런 권리를 미리 알았더라면 그리고 누군가가 좀 더 쉽게 설명해 주거나 부모님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그런 부당한 대우는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하지만 나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돈이 많아서 잘 나가는 변호사를 썼더라면 여기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이들의 말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정말 원했던 것은 변호인이나 보호자의 조력을 받아 좀 더 공정한 재판을 받는 것이었겠지만 그것이 이미 부잣집이나 힘이 있는 가정의 자녀들에게만 불평등하게 실현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는 과정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솔직히 얘기해준 아이들의 용기를 보면서, 좌절이 아닌 불평등한 현실의 벽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시간이기도 했다. 수용시설이다 보니 소년원 안에 있는 아이들이 바깥세상에 대해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공간이며 그래서 더욱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공간이기도 하다. 소년원에서의 인권교육이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나가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덧붙임

김영원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