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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버마 난민신청자 불허통보…추방위기 맞아

한국정부가 버마인 9명의 난민인정신청에 대해 불허를 통보하고 5일 이내 한국을 떠나라는 출국 권고서를 발부해 물의를 빚고 있다.

2000년 5월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한 이들은 지난달 11일 난민불허 통보를 받았고 이에 대해 같은달 17일 이의제기 신청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2일 한국정부가 최종불허 통보를 한 것. 이들은 18일 출국기한연장을 신청해 3개월의 출국유예 기간을 얻었지만 이후에는 여지없이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들 대부분은 버마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한국에 온 후로는 모두가 버마 민주화와 군부독재 타도를 요구하며 버마대사관 앞 시위와 길거리 캠페인에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불허 사유는 "제출된 자료와 진술 및 진술의 정황으로 비추어 볼 때 난민협약 제1조가 정한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함께하는시민행동, 민변 국제위원회 등 12개 사회단체는 21일 성명서를 내 "도대체 한국 정부가 엄혹한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버마의 현실을 알고 있는 건지, 그리고 이들 버마 운동가들이 한국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그동안 애써온 사실을 제대로 조사하고 이런 결정을 한 것인지, 그 심사 과정을 지켜보던 우리는 매우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항의했다.

사회단체들은 "현재 수천 명의 무고한 학생과 시민이 민주화를 외쳤다는 이유로 극형을 언도받거나 법적 절차없이 장기간 수감되어 있는 버마의 현실을 볼 때, 이들의 활동이 누가 봐서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버마 난민 신청자들이 최종 불허 통보를 받는 자리에서조차 출입국관리소의 조사관들은 이같은 버마 현실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버마에 돌아가도 죽진 않을 것 같다'는 폭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또 "난민 신청자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신변보호와 생계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들을 사실상 방치해오며 난민 인정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거 수집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갑작스레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난민신청자들은 지난 5년의 심사 과정에서 단 한번도 적절한 통역을 제공받지 않았다고 주장해 결정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들이 언어상의 문제로 자신들의 주장과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자 면담 내용에 대한 열람을 요청했으나 출입국관리소가 이를 거절했다는 것. 이에 대해 사회단체들은 "개개인의 사생활과 신변을 보호받기 위해 독립된 면담 공간에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단체로…모아놓은 상태에서 서로의 정보를 노출시킨 채,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한 출입국관리소 조사관으로부터 몇 차례의 간단한 근황 질의만 받았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함께하는시민행동은 법무부에 '난민인정업무 내부처리 지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이 또한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들은 이들 버마인들이 "자신들이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기준에 의해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버마인들에게 난민 심사 과정상의 심각한 하자가 있음에도 형식적인 조사 몇 번으로 난민 불허 통보를 하고 이 땅을 떠나라고 한 것은, 결코 그 심사 과정의 정당성을 얻을 수 없으며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불허결정의 철회를 요구했다. 난민신청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처분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