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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나라당, '폐지방지용' 개정안 제출

보안법 국회 논의 이달말 시작될 듯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개정안을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에 상정해 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한데 가운데, 14일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보안법 폐지 문제가 지난해 말에 이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먼저 금품수수(제5조), 잠입 탈출(제6조), 찬양 고무 등(제7조), 회합 통신 등(제8조)의 구성요건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지정범' 형태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라는 '목적범' 형태로 바꾸었다.


일부 조항 손질, '필요적 변호제' 도입

또 제7조 '찬양 고무 등'의 죄명을 '선전 선동 등'으로 변경하고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할 경우 처벌하던 것을 "공연히 찬양 또는 선전 선동하거나"할 경우로 바꾸었다. 같은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 관련 처벌대상인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에서 소지와 운반, 취득행위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어 △허위사실 날조 유포(제7조 제4항) △불고지죄(제10조) △출석에 불응한 참고인의 구인·유치(제18조) △최대 20일까지 가능한 구속기간의 연장(제19조) △범인을 체포한 수사·정보기관 종사자나 체포시 범인을 살해하거나 자살하게 한 경우에 대한 상금 지급(제21조) 등은 삭제했다. 한편 법안은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공소 제기된 자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아니하거나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는 '필요적 변호제'를 도입했다.

이날 정 의원은 "북한이 대남 적화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려는 여당의 무책임한 국정 운영을…막아내고, 국가 안보에 한치의 허점도 없도록 하면서, 더 이상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인권 관련 논란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전향적인…개정안"이라고 소개했다.


'반국가단체' 존치, '이적단체' 규정 조문만 바꿔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제2조를 그대로 남겨 현재와 마찬가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제7조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를 "공연히 찬양 또는 선전 선동"할 경우 여전히 처벌받도록 되어 있어 '개정안'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사실상의 '존치안'이라는 지적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자유민주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무엇이 공연한 선전·선동인지를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보안법의 자의적 적용 등 핵심적인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한나라당안이 통과돼도) 실제 법적용은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법안대로 개정되면 사문화 단계에 접어든 보안법이 되살아나 더욱 큰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한나라당이 국가안보를 핑계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계속 침해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김성란 사무총장은 "지난해 법사위를 점거해 논의자체를 원천봉쇄했던 한나라당이 어쨌든 대안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일보전진한 태도"라면서도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보안법 폐지의 근거로 제시했던 내용을 비껴간 껍데기뿐인 개정안으로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보안법 56년 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목적으로 대중적 명분을 얻기 위해 내놓은 법안일 뿐"이므로 "한나라당이 이런 방향으로 보안법 폐지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면 시민사회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회법 제59조는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은 15일이 지난 뒤 상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논란은 임시국회 막바지인 이달 말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