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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 영화를 만나다] 인권 영화는 도대체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2)

따르릉.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해외 인권영화를 다시 볼 수 없느냐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찾아든다. 자체적으로 비디오 배급하는 작품이 아닌 이상에야, 외국 배급사와 연락을 취해 보시라는 말밖에 할 도리가 없다.

해외 인권영화는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각 사회의 인권 현실을 조망하면서 경계를 넘어선 공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권의 발걸음을 재촉하기 위한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일 년에 수백 편 어쩌면 수천 편의 해외 인권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는 반면, 영화제가 아닌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매달 한번씩 노동영화/인권영화 정기 상영회가 열리지만 이 역시 그 가치를 온전히 전파하기에 충분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 <슈퍼 사이즈 미> 등 해외에서 '상업성'을 검증받은 일부 영화들의 극장 개봉이 추진된 것은 우선 반가운 일이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본지 제 2772호 참조) 극장 상영의 한계는 명확하다.

노동자뉴스제작단 배급 작품 [출처] 노동자뉴스제작단 홈페이지

▲ 노동자뉴스제작단 배급 작품 [출처] 노동자뉴스제작단 홈페이지



현재 노동자뉴스제작단과 인권운동사랑방은 노동영화제, 인권영화제에서 이미 상영된 작품들 중 일부를 비디오로 배급한다. 학교를 중심으로 인권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영상을 소통의 매개로 활용하는 영상문화환경이 안착화 되면서 이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 인권영화의 배급에 매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재하고, 관련된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는 물적 토대를 갖고 있는 (고작) 두 단체에서 이를 소화하는 데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의 김명준 대표는 80여 편에 이르는 해외작을 배급하고 있지만 "정보가 잘 노출되지 못하는 실정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배급 영화들의 정보가 집중적으로 관리되는 대안적인 배급망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작단체나 감독이 개별적으로 비디오, DVD의 배급을 도맡았던 국내 인권영화들은 일부 작품에 한하여 독립영화DB(http://www.indiedb.net)로 관리되고 있지만, 이 역시 아직까지 폭넓은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진보적 인터넷 매체의 발달, 초고속 브로드 밴드의 전사회적 보급 등의 물적인 환경은 온라인을 영화 상영의 한 공간으로 점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하였다. 현재 <미디어 참세상>은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함께 독립영화상영관(http://media.jinbo.net/news/list.php?board=cinematheque)을 운영하며 "다양한 독립 영화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배급로"의 역할을 행하고 있다. <미디어 참세상> 영상팀의 혜리 활동가는 "특별히 언론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간 중 매일 2-300명 정도 꾸준히 찾는다"고 전했다.

'독립영화상영관' 상영작이었던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 [출처] 미디어참세상

▲ '독립영화상영관' 상영작이었던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 [출처] 미디어참세상



상대적으로 시간과 돈이라는 물리적 문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말고도 인권 영화의 온라인 상영이 품고 있는 싹은 파랗다. 혜리 활동가는 "국가보안법 투쟁 시기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온라인 상영회 등이 추진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온라인 상영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작은 모니터에서 통신 환경에 따라 중간에 영화가 끊기는 등의 기술적인 불편함을 감수하며 좋지 못한 화질의 영화를 몇 십분 이상 보는 일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몰입할 여지를 줄이는 방해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것 역시 온라인 상영의 단점이다.

이윤추구에 탐닉하는 민영 방송과 이와 다를 바 없이 보수적이고 획일적인 컨텐츠로 프로그램을 채우는 공영 방송이 점유하고 있는 송출권을 민중의 손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 역시 주목할만하다. 안방에 앉아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다수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방송의 특성은, 사적인 듯 치부되는 일상에 침투하여 가려진 그늘을 비추는 가로등 역할을 자임하는 인권 영화의 존재 의의에 비추어 볼 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00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인 KBS에서는 월 100분 이상 시민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요구받았고, 이에 <열린 채널>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 방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몇몇 인권영화들이 방영된 바 있지만, 짧은 방영 시간에 따라 작품을 재편집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방송사 자체심의와 방송심의규정 등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어, 원천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등 일부 작품에 사전검열 논란이 불거져 미디어 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의의를 손상시킨 바 있다.

권력 편향적인 자성을 지닌 주류 미디어로의 개입이 필요한 것은 물론, 상업적인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진보적인 독립 채널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