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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테러방지법 저지 당하니 '훈령'으로 대신?

국정원, '테러방지 훈령' 제정 추진

테러방지법 제정시도가 번번이 무산되자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이 법안의 주요 골자를 담은 '테러방지 훈령'(아래 훈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권사회단체들이 총력 저지에 나섰다.

지난 18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추진하고 있는 훈령은 국무총리 산하에 '대테러상임위'를 구성하고 국정원에 실무기구인 '대테러센터'를 두는 등 국정원 권한 강화를 목표로 하는 테러방지법의 핵심 내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17일 국정원의 열린우리당 제2정조위에 대한 업무보고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국회가 법을 만들지 못하니까 일단 훈령을 통해 정부내 각 기관에 임무를 지정하고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해 테러에 대비토록 하자는 것"이라며 훈령의 추진 취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훈령은 현재 법제처가 조문을 가다듬고 있고 공포 일정은 테러방지법 추진 일정에 따라 조정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23일 논평을 발표해 "입법사안을 편법적으로 훈령으로 대체하려는 얄팍한 수법으로 위법성 논란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훈령에 의한 정부 부처 간 협의 네트워크가 구성된다면 국정원의 정보조정권이나 업무조정권을 강화하여 중정과 안기부 시절의 권한을 가진 국정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비밀정보기관의 속성상 외부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권 침해 및 직권 남용의 폐해를 낳게 된다"며 "테러방지법이나 훈령의 제정 기도를 시민사회역량을 총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가협 박성희 간사는 "편법으로라도 테러방지법을 만들려는 '안기부스러운' 국정원의 작태를 보니 국정원이 얼마나 권한강화를 지상목표로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며 "언제까지 시민사회가 국정원의 놀림에 대응해야 하나 싶어 지겨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황필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도 "훈령이 만들어지면 수사나 재판 중인 사안은 물론 내사하지도 않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정보를 국정원이 자의적으로 수집해 활용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테러와 관련된 수사권을 가지지 않은 국정원이 사실상 수사권을 행사하거나 관련 수사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며 "행정조직 내부에서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내리는 업무지침에 불과한 훈령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