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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병역거부자 인권에 빨간 신호등

'과유불급'이다. 세상 모든 일들은 다른 것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때문에 혼자서 너무 넘치면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는 경우가 있다. 헌데 게 중에 어떤 것들은 전혀 없어도 되는 것이 외려 넘치면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주로 경고를 상징하는 '빨간색'을 보이며 '이제 그만'이라고 외친다. 지금 우리가 한국 사회의 인권신호등에 '빨간불'을 켜는 이유는 사실은 없어져야 하는 병역거부자 수감자 수가 오히려 위험선을 넘어서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여의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그 이전 더 많은 사람들의 희생 속에서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인식과 처우는 많이 개선돼 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갇히는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2001년 경 1600명에 달하던 병역거부 수감자 수는 지난해 9월 15일 기준으로 485명까지 줄어들었다. 병역거부자들에게 선고된 형량이 군복무 의무가 면제되는 최소형량인 실형 1년 6개월로 일괄적으로 줄어들었고 법원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로 재판을 연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헌재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처벌에 합헌 결정을 한 후 연기되었던 재판이 속속 재개되었고 병역거부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수감자수는 수직 상승해 2005년 2월 15일 현재 885명이 감옥에 갇혀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등 다른 양심수들의 수가 79명인 민가협의 통계와 비교했을 때 수감 병역거부자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이 숫자는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48개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의 병역거부 수감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 중의 하나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우를 볼 때,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위험상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단일 인권사안으로는 최대·최고의 수감자를 기록하고 있는 병역거부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아래 병역거부연대회의)는 '빨간신호등 캠페인'을 기획했다. 위기신호인 빨간 신호등 모형을 들고 병역거부 수감자의 변동추이와 현재의 상황, 병역거부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내용의 피켓을 들기로 한 것이다. 병역거부연대회의는 10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단지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감옥을 선택하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병역거부자들이 가진 평화의 신념을 조금씩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9일 시작된 '빨간신호등 캠페인' [출처] 전쟁없는 세상

▲ 9일 시작된 '빨간신호등 캠페인' [출처] 전쟁없는 세상



'빨간신호등 캠페인'은 지난 9일을 시작으로 3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 4시에 대학로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진행된다. 첫 캠페인은 병역거부연대회의 활동가들을 비롯해 앞으로 병역거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민가협 어머니들이 참여해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은 병역거부자의 법정 최후진술문을 낭독하고 병역거부자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며 대체복무제도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병역거부자들을 꼭 감옥에 가둬야 하나?" [출처] 전쟁없는 세상



캠페인은 평화를 향한 의지와 신념 때문에 젊은 날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이들의 서글픈 처지를 드러낼 것이다. 캠페인은 이제는 더 이상 이들을 감옥에 보내지 말라는 외침을 담을 것이다. 여기 모인 간절한 마음은 아직은 선뜻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 한 가운데 평화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될 것이다. 위험신호의 상징인 '빨간신호등'의 빨간색이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평화로울 수 있는 방법을 잊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이 시의 마음을 되찾는 만큼, 다른 이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만큼 가능해질 것이다.
덧붙임

용석 님은 '전쟁없는 세상'(www.withoutwar.org)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