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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주 5일제라도 수용자 운동·접견 보장해야"

인권위, 기존 결정 뒤엎고 '인권침해'로 판단

법무부가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핑계로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들의 실외운동과 접견을 제한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위원장 최영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도관들에 대한 격주 토요일 휴무제가 도입된 지난해 7월 이후 토요 휴무일의 경우 인력부족을 이유로 실외운동이 금지되었으며 접견도 '원거리 거주인'에게만 허용되어 왔다.

2일 인권위는 "수용자들의 최소한의 건강유지를 위해서는 매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실외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행형의 가장 큰 목적인 재사회화 등을 위해서는 접견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휴무토요일 실외운동 및 일반접견 미실시는 수용자들의 건강권 및 접견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전국 교정시설에서 휴무토요일에 실외운동 및 접견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에 대해 인권위 곽노현 사무총장은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기존 권리의 축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격주 토요일만을 지적했다"면서도 "결정취지는 일요일 등 공휴일의 운동·접견 제한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매일 1시간 이내의 실외운동을 보장하고 있는 행형법 시행령과 사실상 주말에만 접견할 수 있는 직장인들의 사정을 고려할 때 격주 휴무 토요일뿐만 아니라 공휴일에도 운동과 접견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주 5일 근무제 이전에도 일요일 등 공휴일에는 운동과 접견이 제한되어 왔다.

또 곽 사무총장은 "유엔의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은 매일 적어도 1시간의 실외운동을 보장하고 있어 현행 규정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인권위는 추후 법무부의 행형법 개정 내용에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권고는 인권위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판단을 달리하며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목포교도소의 한 수용자가 "휴무 토요일에 수용자들이 운동을 하지 못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막대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0일 인권위는 "토요일 격주 휴무제와 관련하여 휴무토요일 11:00∼11:30 동안 요가, 단전호흡, 명상 등의 실내 운동용 비디오테입을 수용거실 내 TV로 방영하고", "TV가 없는 거실에는 맨손체조 관련 팜플렛을 부착하는 등의 대체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휴무토요일에 실외운동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을 인권침해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권고에서 인권위는 "1평의 공간을 2명이 나누어 사용할 정도의 비좁은 실내 공간에서 요가, 명상 등으로 실외운동을 대체하도록 시달한 법무부 지침은 그 실효성이 적다고 볼 수 있"다며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상임활동가는 "인권위가 과거의 잘못된 결정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이번 기회에 지난 1기 인권위에서 냈던 결정이 적절했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위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교도관들의 근무여건 등을 고려"해 "교도관 인력 증원 협의 및 소요 예산 요구에 대해 적극 협조할 것"을 행정자치부 장관과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 한희원 인권침해조사국장은 "그동안 인권위는 권고내용과 직접 관련있는 해당 부서에만 권고해왔는데, 이번 권고는 예산과 인력증원 등과 관련된 타부서에도 권고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교도관을 증원하는 일은 꼭 필요하지만 현재 불필요한 영역에 교도관이 과잉 투입되어 있지는 않은지 교정업무 전반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며 "예를 들어 접견 시 교도관이 반드시 참관하도록 해 교도관의 업무를 과중시켜 인력부족을 유발하는 현행 규정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