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제 맘대로 징벌', 뿌리뽑히려나

인권위, 법무부에 징벌 개선 권고…구체성 미흡 아쉬워


수용자 인권침해의 '합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징벌제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시정과 개선을 권고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23일 정모 씨 등 수용자 3명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징벌을 받아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한 사안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에게 수용자 징벌 관련 제도의 시정 및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인 정모 씨는 아침 인원점검 때 화장실에 갔다는 이유로 금치 1월을, 대전교도소의 권모 씨는 인권단체에 보내려던 서신이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금치 2월을 부과받았다. 또한 인천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양모 씨는 '기동감찰반이 권총을 차고 다녀 위압감이 느껴진다'고 접견 시 말한 것이 문제가 돼 허위사실 유포로 금치 2월에 처해졌다. 기동감찰반이 차고 다닌 무기가 가스총인데도 양 씨가 이를 권총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징벌을 부과받은 수용자의 행위 등이 생리적 이유 또는 개인의 의견 표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도소측이 이들에게 금치를 부과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수용자가 교도소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만 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을 권고했다. 이는 교도소측이 허가없이 잠을 자거나 자리에 눕는 것, 청소 등 정돈을 소홀히 하는 것까지도 징벌을 부과하는 등 교정의 목적과 관계없이 교도소 당국이 징벌을 남용함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또 "금치의 집행 중 서신수발·집필·운동 등의 제한은 과도한 기본적 권리의 제한"이라며 징벌 중에도 수용자의 기본적 권리는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징벌절차와 관련해서도 징벌을 결정하는 징벌위원회 구성에 대해 인권위는 의문을 제기했다. 징벌위원회 구성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함을 전제로 하여, 징벌결정에 대한 수용자의 불복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의 마련을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권위 권고는 막연히 '잘못된 부분을 시정 혹은 개선하라'는 선에서 그치고 있을 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또 그간 인권위가 권고 후 관계부처에 권고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권고의 효력 역시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