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평택, '제2의 부안' 되나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대위' 결성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범국민적인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중연대,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 등 114개 사회단체는 22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평택범대위)'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평택범대위)' 결성 기자회견

▲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평택범대위)' 결성 기자회견



평택범대위는 결성선언문을 통해 "미국이 용산 및 미 2사단 등을 평택지역으로 옮기려는 것은 핵문제 등으로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중국에 대한 포위를 쉽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한미동맹을 침략적 지역동맹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주한미군기지를 재배치하려는 또다른 이유는 "안정적인 영구주둔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방부는 최근 발간한 『2004 국방백서』에서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FOTA)회의'와 이를 대체하는 '안보정책구상(SPI)회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안정적·장기적 주둔여건을 조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 위협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평택에 있는 오산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 등 5개의 미군기지는 현재 457만8천 평의 공여지를 사용하고 있고 1만2천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지난해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한강 이북의 미 2사단과 부평, 원주 등지에 있는 미군기지를 2008년까지 평택으로 대부분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평택 미군기지 예상부지 토지 매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계획에 따르면 평택은 3만6천여 명의 미군과 1천만 평의 미군부대가 들어서는 '미군기지 도시'가 될 전망이다. 이는 평택 인구와 평택 땅의 무려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평택범대위는 "평택지역이 주한미군 영구주둔 기지가 되면, 상당수가 60∼70대 노인들인 기지 확장 대상지역 주민들은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게 되고 기지 인근 평택 주민들은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 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택범대위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지태 팽성대책위 위원장은 "기지 확장 대상지역 주민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어 민생 파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전국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실상을 증언했다. 또 지난 60년 동안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997년 경기도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평택 인근 송탄기지(오산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는 수질 기준인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40ppm의 3배가 넘는 131.6ppm이나 된다. 게다가 평택범대위는 "미군은 80년대 중반부터 2만 톤이 넘는 각종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매립해왔다"며 "미군은 평택시와 환경부의 공문도 무시한 채 매립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택범대위 "평택주민들 투쟁 적극 지지할 것"

이에 평택범대위는 △강제 토지수용 저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비용부담 반대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반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영역별 사업과제로 △주한미군 아시아태평양 기동군화의 문제점 지적 △강제토지수용절차와 대책 △환경영향평가 등을 제시했다. 3월 10일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헌법상 평화주의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관련한 협정의 위헌성, 기지 확장비용 부담의 형평성 측면에서 협정의 위헌성, 청구인들이 침해당한 기본권의 내용 등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할 계획이다.

평택범대위는 "무엇보다도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평택주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성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평택 주민들은 174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촛불시위를 열고 있다. 3월 5일에는 평택범대위 출범식 및 범국민대회를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평택경찰서에서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는 '0216 경비대책'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서는 평택경찰서에서 내부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국방부, 미군 공여지 매수를 위한 물건조사'와 관련된 경비대책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평택서장을 '경력총괄'로 지정하고 있는 이 문서는 '사복조'를 대상으로 수갑을 휴대하도록 지시하고 있고, 부녀자 알몸 시위로 인한 인권 시비에 대한 대처, 농민 부상에 대한 지침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평택범대위 윤형배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는 경찰이 조직적으로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개입하고 있는 증거"라며 "평택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