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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기아차 채용비리사건'의 몸통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채용비리를 계기로 이에 연루된 노조 간부에 대한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결국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위원장이 구속됐고 기아차노조는 집행간부 총사퇴를 결정했다. 노조는 관행처럼 진행돼온 인사청탁의 근절을 요구하는 공문을 이미 사측에 보냈고 단체협약에도 이를 명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눈먼 일부 노조 간부들은 결국 사측의 매수놀음에 놀아나고 말았다. 노동운동이 자본의 폐해를 닮아버리는 순간 존재의 기반조차 상실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동운동은 더욱더 억압받는 민중들과 기꺼이 연대하는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보수 언론들의 '노조때리기'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그들은 이번 일을 마치 대기업 노조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며 대기업/중소기업으로, 또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분할했다. 전형적인 자본에 의한 분할통치 구조다. 게다가 '황색언론'은 곡필을 휘둘러 '취업장사', '귀족노조' 등의 선정적인 문구로 여론의 낙인을 찍는 데 집중했다. 보수 언론들의 '노조 죽이기'는 당·정이 오는 2월 그동안 노동계가 반발해온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모론으로 확산되고 있어 더욱더 우려스럽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사측의 채용비리'에 있음을 확인한다. '청탁'이라는 이름으로 입사를 둘러싼 이권을 정치인, 공무원, 노조간부 등이 나눠 갖고 사익을 챙겨온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이는 사측이 노조를 비롯한 각 이익집단을 '길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검찰이 26일 밝힌 100여 명의 청탁자 명단에는 장관급 고위인사, 정치인 등의 공직자와 각계 유력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사회 전반의 비리와 부정에 경종을 울리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불행히도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구조적으로 상존하고 있었다. 학연·지연 및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채용 차별은 우리 사회가 광범위하게 묵인해온 것이기에 더욱더 절망스럽다.

아무도 뚫을 수 없을 것같은 바위라도 그곳에 뿌리내리는 것은 언제나 여리고 파란 새싹이다. 간신히 최저임금만 받으면서도 일상적인 고용불안 속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의 새로운 가치를 환기시키고 있고,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사측의 불법파견에 맞서 비정규직노조가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은 애써 이를 모른척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단단한 바위에 여린 뿌리를 내리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바로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노동운동의 '몸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