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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어둠의 터널을 지나 진실을 밝힌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피맺힌 증언들

조직적인 은폐와 왜곡으로 어둠 속에 숨겨졌던 국가의 반인륜적 범죄들이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으로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25일 올바른과거청산을위한범국민위원회와 과거청산을위한국회의원모임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가폭력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또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과거청산법을 제정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대회에서는 국가의 혹독한 탄압으로 고통을 겪고 죽임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과 유족들의 울분과 피맺힌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1986년 이른바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안기부로 끌려가 37일간 고문을 당했던 심진구 씨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군대시절 전방 근무의 기억을 살려 노트 한 장에 그린 그림을 '월북루트 지도'로 둔갑시켰고, 온갖 고문과 협박으로 간첩 혐의를 덧씌웠다. 심 씨는 "당시 대공수사단장이었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수사관들에게 '간첩소리가 나올 때까지 더 족쳐'라고 소리치며 고문을 지시했다"며 자신이 직접 그린 정 의원과 수사관들의 몽타주를 공개하기도 했다. 20년이 지났지만 당시 겪어야 했던 고문은 그에게 여전히 계속되는 악몽이다. 심 씨는 "불안신경증, 만성두통 등 고문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모세혈관이 파괴돼 걷기조차 힘들다. '빨갱이'라는 낙인은 가족들의 삶까지도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안기부는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다 조작해서 간첩을 만드는 기관이었다"며 울분을 토해 낸 김장길 씨는 "안기부 수사관들이 원하는대로 진술서가 만들어질 때까지 폭행은 계속되었고, '자백을 하지 않으면 부인과 애들을 데려다 너와 똑같이 발가벗겨 고문하겠다'는 협박에 결국 허위 자백을 하게됐다"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아직도 내가 왜 간첩혐의로 구속되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지은 죄도 없이 0.78평의 어두운 방에서 9여 년의 청춘을 보냈다. 이 누명을 벗지 못하고 죽는다면 차마 눈을 못 감을 것"이라며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많은 사람들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직후 '민족일보' 사건으로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사형을 당한 조용수 씨에 대한 증언도 계속됐다. 조 씨의 동생 용준 씨는 "2심제로 재판을 끝내는 '혁명재판소' 설립은 군사쿠데타의 산물로 군사재판으로 민간인을 처벌할 수 없음에도 처벌했으며, 헌법에 보장된 3심제의 권리도 제멋대로 박탈한 '사법 살인'이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정부와 사법당국이 그 잘못을 고백하는 일만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여운형 암살 사건과 진보당 조봉암 사법 살인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