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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보수언론, 공무원노조 집어삼키다


20××년, 조선일보 기자들이 사측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
할 것을 선언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과거 조선일보의 친일 행위와 근거 없는 색깔 공세를 통한 마녀사냥, 역사 왜곡, 구독률을 높이기 위한 불법 사은품 제공 등의 과오를 반성하며 '정직한 조선일보'를 만들고자 '민주노조'를 결성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사 측은 "노조는 다 빨갱이"라며 "절대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민주노조 측은 "우리가 나서서 조선일보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으면 조선일보는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남을 것"이라며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조선일보사 측은 또다시 과거의 '색깔론'을 들고나와, "조선일보민주노조의 교육 내용이 북 주체사상과 상당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 한 네티즌은 "기자들 연봉이 얼만데 파업을 하느냐"며 '배부른 파업'이라고 비난했다. '언론고시 준비생'이라고 밝힌 다른 네티즌은 "취업난도 심각한데 기자 하기 싫거든 그만 두라"고 주장했다.

가상의 시나리오다. 전국공무원노조(아래 전공노)가 파업을 강행하자 조선일보는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조선일보는 12일자 1면에서 "전공노, 9월 노동자학교 1기 조합원 교육에 북 주체사상 포함됐다"는 기사를 발표했다. 한 쪽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쓴 것으로 알려진 '주체사상에 대하여'와 공무원노조의 교육내용을 비교한 표까지 실었다. 이에 전공노는 "교재내용을 일방적으로 짜맞추기한 마녀사냥식 왜곡보도"라고 비판하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언론운동연합, 민주노총,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등도 조선일보의 '철지난 색깔론'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조·중·동은 하나같이 "공무원노조에 단체행동권까지 주는 것은 국제기준에도 어긋난다"며 전공노의 파업에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파업 주동자를 '엄벌'해야 나라의 기강이 제대로 서는 것마냥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는 달리 실제 미국, 일본, 독일 등 몇몇 나라에서만 공무원들의 단체행동권을 일부 제한하고 있고, 유럽연합 15개국과 남아공 등은 단체행동권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단체행동권은 노동3권 중 핵심으로 전교조의 예가 이를 입증한다. 정부는 지금도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무시하며, 이에 항의하는 교사들의 단체행동마저 징계를 내리는 등 보복을 일삼고 있다. 지난 2001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 2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교원 및 공무원들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참여할 권리, 단체교섭권, 파업권이 법과 실제 모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공노는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공직사회를 깨끗하게 하겠다"고 출범했고 "재갈물린 몸으로는 희망을 만들어낼 수 없다"며 단체행동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수언론들은 '특권층의 파업'으로 매도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정작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배고픈 파업'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다가 일부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만은 '배부른 파업'이라는 딱지를 무조건적으로 붙여왔다. 공무원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공무원들에게 '특권층'이라는 비난이 있지만, 이것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탄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과오를 반성하며 잘못을 고치고자 하는 싸움이라면 더더욱 옹호되어야 마땅하다. 서두의 '가상의 시나리오'가 언젠가 현실의 부메랑이 되어 조선일보 자신에게로 되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