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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테러방지법' 또 고개 내민다

인권·사회단체, "테러 위협은 파병 후폭풍"…제정 반대

정부와 여당에 의해 테러방지법이 또 다시 추진되고 있다. 2002년 국가정보원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테러방지법은 반인권 악법으로 그동안 인권·사회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해 무산됐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정부가 '테러 위협'을 운운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테러'를 또 다시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5일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테러방지법안을 이번 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대테러위원회에는 재경부, 국방부, 외교부 등 12개 부처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대테러센터장은 국무총리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권력남용 등의 우려를 감안해 대테러 센터를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 아래 두지 않았다는 등의 근거를 들며 인권침해 요소를 제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 뿐 아니라 '파병 연장'을 추진해 '테러 위협'을 불러오더니 이제는 또 다시 테러방지법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마치 국가보안법이 '안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했던 것처럼 테러방지법도 공포 분위기를 조장해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가기관의 물리력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테러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테러 발생의 근본 원인인 파병을 철회하는 길만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대 법학과 이계수 교수는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대테러 센터를 둔다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정원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 혐의자에 대해 필요한 사항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정원이 정보수집 권한을 넘어 수사 권한까지 가질 가능성이 농후해 권력 남용의 위험성이 법안 도처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안 의원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테러 센터에 대한 주요 임무를 국정원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 사실상 테러방지법 제정이 국정원의 권한 강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고백했다.

2003년 11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에서 형식과 절차만 조금 바뀌었을 뿐 오히려 인권침해의 독소조항이 더 강화됐다는 것도 이번 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대테러'나 '안전' 활동으로 행해지는 규제에 대해 불응하거나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예로 들어"국민의 기본권 제약이 뒤따르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지난해 '테러와의 전쟁과 인권'에 관한 공동 선언을 통해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사법심사 없이 행정명령에 따른 구금조치를 하거나 결사의 자유 등 기본적 자유를 행사하는 합법적 행위를 범죄시할 수 있다는 등 인권침해의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테러 위협이 파병의 후폭풍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과장된 테러 위협'을 앞세워 국민의 기본권을 갉아먹으려 한다면 이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또 다시 좌초되리라는 것을 정부는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