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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파병과 테러방지법이 이끄는 '죽음'의 쌍두마차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테러지원국을 응징한다며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략했고, 대내적으로는 반테러법을 제정하여 정보기관에 수사권을 쥐어주었다. 나아가 부시의 미국은 자신이 만든 흑백논리를 들이밀며 전 세계를 향해 '반테러연대'에 동참할 것을 강요했다. 침략전쟁과 반테러법이라는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은 자신의 세계패권을 강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난 3월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아무런 명분도 없고 유엔의 결의조차 거치지 않은 침략전쟁에 다름 아니었다. 이라크 민중에게 미국이 '해방자'가 아닌 '침략자'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이슬람 전사들만이 아니라 이라크 민중들도 미군을 공격하고 있다. 의기양양하게 종전을 선언했던 부시는 이러한 이라크의 저항 앞에 베트남전에서와 같은 좌절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제정된 패트리어트법 역시 '인권에 대한 테러'에 다름 아니었다. 미국민들은 지금 테러의 위협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대된 현실에서 수사권까지 거머쥔 정보기관에 의해 일상적인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반테러연대'에 동참을 선언하고 각종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왔던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무소불위의 수사기관들 앞에 인권이 무릎꿇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미국은 반테러를 명분으로 국내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해외에서는 침략전쟁을 벌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세계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자신이 파놓은 수렁에 같이 빠져죽을 한국 동맹군의 추가 파병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는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비상식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테러방지법이 재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패권 전략을 그대로 좇아 전투병을 파병하고 테러방지법까지 제정했을 때 초래될 파괴적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12억 이슬람 민중들에게 침략자의 똘마니로 찍히는 것은 물론 피의 악순환을 불러오게 될 것이고,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격상한 국정원에게는 우리의 자유를 저당잡히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평화와 인권의 죽음'을 재촉할 뿐인 파병과 테러방지법의 제정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