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사회복지 시설, 개인소유물 아니다"

관장 연임 철회 요구하며 정립회관 농성 50일째 … 회관측 , 폭력으로 화답

비민주적인 운영과 관장의 연임 문제로 불거진 정립회관 점거 농성이 50일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회관측, 폭력으로 일관

지난달 22일에 이어 10일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정립회관 직원들이 쇠파이프와 해머를 들고 농성장에 난입, 이를 막으려는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유리창과 문 등을 부수는 일이 벌어졌다. 11일에는 서울·경인지역의 '곰두리 봉사회' 소속 100여명이 경찰의 저지로 농성장으로 들어가지 못하자 사무실을 향해 돌을 던지며 위협을 하더니 급기야 전기를 끊고 음식물 반입까지 차단했다. 심지어 농성에 참가하려던 전국자동차운전학원노조원 4명을 집단 폭행하는 등 회관측이 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활동보조서비스 중단, 전동췰체어 반납 강요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최진영 씨는 2년 전 정립회관에서 교육을 받고 난 후 자립 생활을 꿈꾸게 됐다. 하지만 회관측이 농성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자립생활을 위해 지원했던 활동 보조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동 휠체어를 반납하라고 강요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임은영 씨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에게 죽으라는 얘기와 똑같다"며 "처음으로 자립생활을 보급한 곳에서 이렇게 비겁하고 악랄하게 나올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처음 농성을 할 때에는 차라리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만두는 것은 관장의 폭력에 지는 꼴"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관장 연임 철회, 장애인·노조 참여 보장

국내 최초의 장애인 이용 시설로 1975년 설립된 정립회관은 2000년에 들어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보조하고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지금까지 운영되어왔다. 그러나 이완수 관장이 정년퇴임을 10여일 앞두고 이사회를 통해 정년제를 임기제로 바꿔, 지난 11년 동안의 장기 재직에 이어 또다시 2년 연임을 결정하면서 노조와 회관간에 갈등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6월 22일 정립회관 노조와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 그리고 장애인 관련 단체 소속 70여명이 사무실 2층을 점거하고 관장의 연임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경인노조 김재원 정립회관 지부장은 "정립회관은 한 개인이나 이사들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엄연히 국가로부터 받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며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은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공공의 시설을 사유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명하복'식의 운영 관행과 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이 무시되어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운영을 위해 노조와 시설 이용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립회관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책임 하에 실시되어야 할 사회복지 서비스가 민간위탁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지면 폐쇄적 운영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7년간의 긴 싸움 끝에 2003년 6월에야 비로소 정상화가 시작된 에바다복지회는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운영과 시설의 족벌·세습화가 시설 비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한편 회관측은 연임 결정에 대해 "지금까지 해 오던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농성을 하고 있는 노조원 4명을 해고, 다른 4명에게 징계를 내린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