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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파업"

전국 지하철노조, 21일부터 총파업

전국 4개 도시의 지하철노조가 21일 새벽 4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조합 측은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리게된 점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이번 파업은 인력충원을 통해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파업"이라고 시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공식적인 지하철 사고만 85건으로 투신자살이 58건, 추락이 9건"이라며 "출입문에 끼거나 부딪치는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또 잦은 사고로 지하철이 '지옥철'이 되고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 중 주요한 하나가 '1인 승무제'라고 주장했다. 한번에 3천여 명을 태우고 달리면서 한꺼번에 1천여 명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을 단 1명의 기관사가 운행하도록 한 것이 '1인 승무제'이다. 서울시는 아이엠에프 때 직원 3천277명을 줄인데 이어 2007년까지 2천773명을 더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인력충원 없는 주5일제를 도입하면 인력은 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게다가 노동강도 강화로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노동자 31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판정을 받았고, 노동자들을 자살로까지 몰고 가는 '공황장애'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업에 참가한 서울지하철 차량지부의 한 노동자는 "산재로 인해 현장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인력확충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가 시민들에겐 안전이 걸린 문제이면서 지하철 노동자들에게 있어선 생명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정부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만 몰아붙였다. 민주노총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권중재, 공권력으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간 조정' 결정이 끝난 지 불과 1시간만에 노동부는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다. 직권중재에 회부되면 이후 15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에 노동계는 '이는 실질적으로 파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직권중재에 반발해왔다. 실제로 직권중재 제도는 그 동안 사용자측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도록 하고,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노사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폐지를 거듭 권고했고 정부도 지난 9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꼽혀온 직권중재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노조는 마지막까지 협상에 노력을 기울이며 막판 실무협상을 통해 애초의 요구였던 '현 정원의 30% 인력충원'에서 한발 물러나 '16% 인력충원'으로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사측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되었다. 주5일제 도입에 따라 한국노동연구원은 65만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5일제 도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은 저버린 채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엄단하겠다"고 하고 있다.

매번 반복되었듯, 언론이 지하철노조의 파업을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가운데, 파업에 참가한 한 노동자는 "지하철은 공공 수단인데 공사측이 기업논리를 내세우면서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라며 "이번 파업은 '밥그릇 투쟁'이 아니라 지하철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