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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검찰은 거대자본의 사병(私兵)"

울산건설노조, 인권침해 실태보고회 열어

울산지역의 정유공장과 석유화학공장, 발전소 등 기간산업 설비의 건설,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하는 건설일용 노동자의 조합인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아래 울산건설노조)가 15일 '노동기본권 탄압·인권침해 실태보고회'(아래 실태보고회)를 열고 사측의 교섭거부와 경찰·검찰의 '노골적인 사측 편들기'를 고발했다.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울산건설노조 조합원

▲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울산건설노조 조합원



"우리 회사에는 조합원 없다"?

지난해 1월 설립된 울산건설노조는 같은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차례에 걸쳐 교섭요구서를 교섭대상인 58개 전문건설업체에 발송했으나 사측은 전혀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실태보고회에서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정책부장은 "사측은 일용직 고용이라는 특성을 악용해 조합원 명단 통보를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거부해왔다"며 "조합 측이 명단을 통보했더니 (해당 조합원은) 조합 탈퇴를 강요받거나 해고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게다가 업체들은 조합원들에게 "탈퇴확인서를 받아와야 취업과 출입증 발급이 가능하다"라고 요구해 조합원들이 취업 업체 제출용으로 탈퇴확인서를 받으러 노조로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울산건설노조는 "조합의 가입과 탈퇴는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탈퇴서 양식이 없"다며 "(사측은)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막고, 조합원 채용으로 교섭대상이 되는 것을 회피하"려 한다고 고발했다.

결국 울산건설노조는 △점심식사 제공 △탈의실·휴게실·샤워장·식당 등 시설 확보 △하루 8시간 노동과 유급휴일 △노동조합 인정 △불법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총파업 이후에도 업체들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노조의 교섭 요구에는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과잉진압과 연행, 반성문 강요

검찰과 경찰의 '노골적인 사측 편들기'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총파업 돌입 다음날인 지난달 19일부터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 9명에게 1차 소환장을 발부한데 이어 일요일을 제외하고 3일 연속으로 소환장을 보냈다. 이어 24일 체포영장을 발부해 노조 간부를 파업 초기부터 묶어 놓고 파업을 노골적으로 와해시키려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합법파업임에도 불법 대체근로가 성행하는 각 현장마다 100∼200여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는 등 5000여 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됐다. 이에 대해 울산건설노조는 "파업은 적법절차를 거친 합법 파업이므로, 현장에 신규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대체근로"라며 "(불법을) 막아야할 경찰이 오히려 현장마다 경찰병력을 배치해 합법적인 파업을 무력화시켜 파업을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에는 단체교섭 체결을 위해 울산시청의 중재를 요구하며 시청 주차장 광장에 모여 앉아 기다리던 조합원들을 뒤늦게 도착한 경찰이 무차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시청 민원실과 시의회로 밀려 들어가자 경찰은 이들의 안전귀가를 약속했다가 이를 믿고 나오는 조합원들을 연행했다. 이어 경찰은 약속파기에 항의하며 주차장에 연좌한 조합원들마저 연행하는 등 이날 하루에만 조합원 825명을 연행해 울산은 물론 부산·마산·포항 등의 46개 경찰서로 분산 연행했다.

또 연행자 가운데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10명을 불구속입건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연행된 조합원들에게 반성문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태보고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울산 중부서로 연행됐는데 앞으로 파업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쓰면 곧 나갈 수 있다고 해서 (같이 연행된 조합원들이) 대부분 써냈다"고 털어놨다.

검찰 또한 "(이번 파업은) 재적 인원인 2500명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불법", "노동해방이라는 용어를 썼으니 정치적 이념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라며 경찰과 한 배를 탔다. 이에 대해 울산건설노조는 "자체 규약에서 조합비 5개월 이상 미납자에 대해서는 자격을 제한해 파업당시 실제 조합원 817명 가운데 752명이 투표, 711명이 찬성했으므로 총파업 돌입 결정 절차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지방노동위가 파업 돌입 전 16개 업체에 대해 조정종결을, 42개 업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린 것을 빌미로 검찰은 이번 파업을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대법원에서는 행정지도가 있었다고 해도 조정기간이 끝나면 조정절차는 거친 것이므로 파업의 절차적 정당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며 "검찰 공안부와 경찰당국의 노동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은) 노동조합의 주장의 진위와 법리판단 주장을 모두 무시한채 사용자들의 주장에만 편승하여 사용자들의 사병(私兵)처럼 처신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상경한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최대 원청사인 SK 건물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 상경한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최대 원청사인 SK 건물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항의집회와 선전전.

▲ 항의집회와 선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