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반차별 포럼] 두 번째 : 형사사법절차와 차별

권리 보장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차별을 없앤다

형사사법은 체포, 수사, 재판, 구금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절차들을 의미한다. 신체를 구속하는데 있어서 비교적 명료하게 규정된 위 과정들은 일면 인권보호 장치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인간'을 대입하면 차별이라는 '커다란 구멍'을 드러낸다. 제2회 전국인권활동가준비모임은 '형사사법절차와 차별'이란 주제로 형사사법 절차에 있어서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차별적인 법과 관행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했다.


보조인 제도 확대 반드시 필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박숙경 씨는 수사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시 보조인 제도의 확대"를 주장했다. 대개 장애인들이 자신을 적절하게 변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청각장애인에게 법률지식이 있는 공정한 수화통역자가 지원되기는 만무하고, 수사 및 재판상황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는 조건에서 시각장애인은 '공포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적절하게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이들은 누명을 쓰기도 한다.

형사절차에서 강조하는 '무기대등의 원칙'은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한 관계 개선부터 시작해야한다. 박 씨는 "정신지체 및 정신적 장애로 인해 진술과정에서 자신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는 경우 진술보조가 필요하며,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 수사과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있는 통역서비스가, 시각장애인의 경우 대필·대독·점자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보조인의 자격범위를 친족에 제한하고 있어 이러한 범위 내에 보조인이 될 만한 가족이 없는 장애인 피의자는 변호인이 선임될 때까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 씨는 보조인의 범위를 "가족의 범위를 넘어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교사, 사회복지사, 친분관계에 있는 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라진 적법절차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주로 강제퇴거 과정에서 과도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강제퇴거 절차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을 시작으로 단속대상자에 대해 강제퇴거명령을 발령하고 그 명령을 집행하여 대상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과정이다. 그 첫 과정에서 원시적인 수준으로 이뤄지는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강제연행은 '인간사냥'을 연상케 한다. 가스총, 수갑 등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 구타, 인간적 모멸 등 강제퇴거대상인 이주노동자에게 '적법절차'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정정훈 변호사는 강제단속 과정에서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정 변호사는 "행정상의 즉시강제에 있어서는 보호명령서 혹은 강제퇴거명령서를 근거로 집행할 수 있으나, 명문의 규정이 없는 강제단속 및 연행의 경우도 행정상의 즉시강제로 보고 영장 없는 집행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의 기본권 보장취지에 비추어 행정상의 즉시강제에 대한 영장주의 적용여부를 형사사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 변호사는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표적단속은 물론이고 불법체류자 강제단속의 경우에도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강제단속 및 연행절차가 강제퇴거처분이라는 행정목적 외의 행정벌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장주의의 예외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정 변호사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제적인 단속 및 연행은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한도에서만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인권, 형사법절차에 고려돼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가 명시되어 있지만 성소수자에게 이 사회의 시스템 자체는 '진입금지' 팻말과 같다. 형사사법절차 역시 다를 바 없다. 조사 및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이 아웃팅 될 가능성 때문에 성소수자는 피해사실을 법에 호소하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케이 활동가는 "법무부의 정책목표와 과제 중에 사회적 약자의 권리 향상 모색에서 성소수자는 고려대상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다"며 "워낙 드러내기 어려운 성격의 문제라 사례수집조차 체계적으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웃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성소수자들이 형사사법제도를 이용하기란 요원하다며 케이 활동가는 "형사사법절차 상의 성소수자의 인권문제가 법무부의 검토대상이 되고 법령제정과 절차개선에 반영되어, 그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자기방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형사사법 절차는 그 자체로 벽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벽을 허무는 일은 인권지도를 세밀하게 그리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세밀화 작업이 다양한 조건에 놓여있는 소수자의 참여로 풍성해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