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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 즐거운 물구나무 ◀ 단일민족이 가져다 준 피의 순수성이란? 없다!

인류가 처음 아프리카 정글에서 평원으로 나온 이후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을 계속한 결과 인류는 지금처럼 지구 전체에 흩어져 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초록별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유인원은 한 조상으로부터 파생된 후예임이 분명한데 각 지역마다 나라마다 존재하는 '탄생신화'는 마치 인간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로 생각하게 한다. 물론 우리에게도 그런 '신화'가 있다. 다름 아닌 '단일민족' 신화.

지난 해 교육위 국정감사에 따르면(2003.5.31 기준) 전국 초·중학교를 다니는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205명에 이른다. 이주노동 10년의 역사를 반증하듯이 이미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해지고 있음은 여러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구한 단일민족의 신화가 교육을 통해 학습되고, 스포츠 중계를 통해 확인될 때마다 이러한 신화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피의 순수성이 우월의 잣대로 환원되는 순간 다른 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과 차별은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나치의 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순수혈통'에 대한 상징은 다른 공동체에 대한 배타적인 관계(침략 전쟁, 몰살 등)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그 공동체 내부에서도 '순수혈통'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에게 대한 낙인과 차별이 쉽게 용인된다. 우리 사회에서 혼혈인, 이주노동자, 귀화한 외국인, 탈북자, 화교 등의 사회적 지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토론회에서 언급된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결혼한 한 한국 여성의 이야기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파출부로나 일을 해야할 것 같다"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자조 섞인 말.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꿀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어 그나마 아이들의 교육권이 확보되기는 했지만 학교 내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이방인'으로 존재한다.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다양한 실체를 무시한 채 '단일민족'이라는 허구만을 쫓아간다면 부계중심의 가족주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은 결코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