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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시선>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정책 비판

이윤놀음에 야만이 된 이주노동자 정책


4년 이상 체류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자진출국 유예기간이 지난 달 29일로 종료됨에 따라 강제추방이라는 야만의 광풍이 또다시 몰아닥칠 전망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4차 합동단속이 시작된 2일, 벌써 109일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힘겨운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7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정부의 강제추방 정책에 출국거부로 저항할 것을 다시 한번 선언했다. 그리고 이날 화성외국인보호소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내 보호소에서는 강제추방 단속으로 연행된 이주노동자 석방과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이주노동자들의 무기한 단식농성이 15일째를 맞았다.


이주노동자 정책에 '노동자'는 없다

강제추방의 그물에 걸린 40여 만에 이르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제도라는 정부의 합법적인 노예노동제도를 견딜 수 없어 뛰쳐나온 '노동자'들이었다. 정부는 미등록노동자들이 40여 만 명에 이르기까지 팔짱만 끼고 있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자본가들이 그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어도 눈을 감았다. 그러다 돌연 정부는 미등록노동자들을 강제추방하겠다며 이 잡듯이 잡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유가 뭘까? 평등노조이주지부의 강현주 활동가는 "장기 체류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이 원하는 미숙련 저임금의 말 잘 듣는 노동자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숙련노동자가 되어갈수록 정부와 자본에게 '물갈이'해야 할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장기체류를 '허'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의 정귀순 대표는 "체류한 지 4년이 넘은 이주노동자에게 출국 후 재취업하라는 조처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5년 이상 체류할 경우 주어지는 제반 권리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는 이렇듯 철저한 경제논리의 계산법만이 있을 뿐이다. 올해 8월 시행을 앞둔 고용허가제도 역시 그 계산법에 따른 것이다. 계약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도록 한 것이나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한 것 등은 모두 이주노동자를 비인간적인 착취구조에 꼼짝없이 매어두려는 발상에서 나왔다.

차별과 편견이 '노예제도'의 버팀목

이러한 정부의 야만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은 그들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편견을 양분 삼아 지속되고 있다. 정귀순 대표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임금 낮은 것은 당연하지, 남의 나라에 돈벌러 왔으면 고생은 감수해야지, 불법체류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지 등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많은 편견이 그들을 차별하는 제도를 유지시켜준다"고 주장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금 다른 시선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일해주니까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 역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의 굴레에 갇혀있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이란주 정책국장은 "자본과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비하하고 신분의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종종 이러한 관점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외국에서 이주해온 '노동자'가 아닌 인간성을 박탈당한 '노동력'일 뿐이다. 자본과 정부는 '합법적인' 노예제도를 만들어 놓고 그 야만의 족쇄를 끊고 나온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게 '불법'의 신분을 강제한다. 합법과 불법이 철저하게 자본과 정부의 손익계산에 의해 결정되는 한 그것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동등한 노동조건을 누려야 할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