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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분할', 희망의 '연대' -『사내하청노동자와 인권 자료모음집』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정보자료실 묶음 / 170쪽 / 2004년 2월

지난 14일 '절망의 공장, 죽음의 공장'이 되어버린 현대중공업(아래 현중)의 노동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현중의 사내하청 노동자였던 고 박일수 씨는 노예문서와 다름없는 '하청노동자'라는 꼬리표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아찔한 사고와 생존의 위협, 불안정한 삶으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죽음으로 웅변했다.

인권정보자료실이 묶은 이 자료모음집은 사내하청 노동의 반인권성과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치열한 저항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산업노동연구」에 실린 신원철 교수의 글은 현중에서 사내하청 제도가 형성되고 재편되는 과정의 동향을 분석하고 있으며, 「경제와 사회」에 실린 이병훈 교수의 글은 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면담조사에 기반하여 '고용형태의 차이'가 정규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사이의 작업장내 '신분관계'로까지 고착화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지난해「비정규노동」20호가 특집으로 기획한 <사내하청 실태와 조직화>에는 90년대 이후 급증하고 있는 사내하청을 비롯한 간접고용의 확산을 국가가 조장해 왔음을 밝히고 있는 신원철 교수의 글, 금속연맹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으로 발간한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실태연구"(2003.3)의 요약 발췌문 등이 실려있다. "현중 사내하청노조의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와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조선업종 하청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사례" 역시 하청노동을 둘러싼 착취구조를 읽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자료모음집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존재가 전체 노동운동에 던지는 도전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딛고 일어서야 할 과제들을 짚어보고 있는 「질라라비」 수록 글들도 가려 묶고 있다. 또 INP중공업, 캐리어, 신호제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기아자동차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투쟁한 사례들을 조사·분석한 글들은 현실의 강고한 벽을 보여주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넘어선 연대만이 노동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뼈아프게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