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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안전문 정비하던 하청노동자의 억울함 죽음

자회사가 아닌 정규직화로 방향을 잡아야

젊은 하청노동자가 또다시 억울하게 죽었다. 5월 28일 오후 5시57분경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안쪽을 정비하던 직원이 들어오는 열차를 채 발견하지 못하고, 열차와 안전문에 끼어 숨졌다. 그는 열아홉 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나는 지하철 2호선을 운행하는 승무원, 정규직 노동자다. 내가 만약 그날 운행을 했더라면, 그의 마지막 순간을 비극적으로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아니었다면, 그에게 안전조치를 취하고 일할 수 있게 했더라면, 그는 살아서 나와 함께 웃고 일하며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난 더 아프다. 그래서 질문한다. 왜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는지, 왜 하청노동자가 죽음을 감수하게 만드는지, 왜 죽음이 반복되는지 묻고 싶다. 아니 우리 모두 물어야 한다.

벌써 똑같은 사망사고가 세 번째 발생했다. 작년 8월 강남역 안전문 정비직원 사망사고 이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자회사 설립 △2인1조 점검 △지하철 운행 시간 내 스크린 도어 내 진입금지 △스크린 도어 내 진입 시 사전 보고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그 당시에도 2013년 성수역 안전문 첫 사망사고 발생 이후 만들어진 실효성 없는 ‘안전문 정비 매뉴얼’의 재탕이라는 강력한 문제제기가 뒤따랐다. 그 동안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가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자회사 전환’이라는 판박이 대책을 버젓이 제시하고 있다. 하청용역업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변함없다. 이와 같은 사망사고가 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걸까? 그것도 서울도시철도(5~8호선 운영)에서는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는데 유독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에서만 발생하는 걸까?

똑같은 사고가 서울메트로에서만 재발하는 이유

서울메트로 승강장에 설치된 안전문은 2005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해 현재 전 역사에 설치, 운영되고 있다. 안전문은 승강장 추락방지, 승강장 공기질 개선, 자살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그러나 설치 당시부터 ‘최저낙찰제’와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등으로 ‘졸속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만큼 유지보수업무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만큼 유지보수업무를 하청용역이 아닌 직영운영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인건비 절감과 관리운영의 편리함을 앞세워 하청업체인 ‘은성피에스디’와 ‘유진메트로’에 맡겼다. 시민의 안전을 용역업체에 맡기고 중간착취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최근 두 업체는 중간착취를 더 늘리기 위해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을 실습생으로 채용하기도 했으며, 업무확장에 따른 인력재배치로 항시적인 부족인력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이번 사망사고 당사자인 김모군도 작년 고교실습생으로 시작해서 올해 졸업 후 정식으로 채용되었다. 잦은 안전문사고와 부족인력으로 ‘안전문 정비 매뉴얼’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8월 1일부터 자회사 전환이라는 기대를 갖고 용역업체의 중간착취와 고된 노동을 이겨냈을 것이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책임과 권한, 적정인력 충원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업무를 중간착취 업체에 맡긴 결과

이번 사망사고는 정규직 노동자라면 일어나지도,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안전문 사고 발생 시 보고 및 처리 계통은 ‘안전문 이상 발견 → 종합관제실 보고 → 전자운영실 전달 → 용역업체 보수 요청 → 용역직원(2인) 해당역사 역무실 방문 → 안전문 키 수령 → 안전문 보수 → 역무원, 관제보고 → 관제실, 해당 열차 주의운전 통보 → 해당 열차 주의운전’ 순이다. 현재 하청노동자들은 이러한 복잡한 단계를 거친 다음, 열차운행을 총괄하는 종합관제실과 직접적인 소통 없이 열차운행 중에 안전문을 보수하고 있다. 안전문 유지보수 담당자가 정규직노동자였다면 가장 중요한 절차인 해당 열차 주의운전 요청을 종합관제실에 직접 할 수 있었을 것이며, 반드시 2인1조 점검이 지켜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도시철도는 앞선 절차에 따라 안전문 유지보수업무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중 억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앞에 정비하던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쪽지와 국화가 놓여있다.

▲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앞에 정비하던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쪽지와 국화가 놓여있다.


노동존중특별시가 되려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업무만큼은 최우선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015년 안전문 사고는 총 1만 2134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33건 꼴로 안전문에 문제가 생긴 셈이다. ‘졸속부실시공’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두 업체 직원은 관리자들을 포함해도 채 200여명도 안 된다. 그것도 하청용역노동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안전문 보수유지업무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는 중요한 일이다. 안전문 사망사고가 재발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자회사 전환이 아닌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또한 지하철은 업무특성상 거의 모든 일이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전동차 경정비 외주 용역화를 비롯해 궤도보수 업무 등 기술 분야의 무분별한 외주용역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박원순 시장은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담아내지 못했다. 서울지하철의 하루 평균 수송인원은 700만 명에 육박한다. 세월호 참사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업무만큼은 시급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젊은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 이 글은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에서 발행하는 <주간비정규>에 실은 내용을 조금 수정한 것입니다.
덧붙임

황철우 님은 지하철노동자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