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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주노동자 '자진출국 거부' 선언

미등록 이주노동자 815명 참여


'자진출국 후 재입국'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대책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자진출국 거부운동'에 나섰다. 자진출국을 종용하는 한국정부를 향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정면으로 맞서게 된 것.

10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를 위한 농성투쟁단(아래 농성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815명이 자진출국 거부운동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선언은 지난 달 26일부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자진출국 거부서명'을 받아 이뤄진 것이다. 농성단은 △강제추방 중단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강제 연행된 이주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석방 등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자진출국 거부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본지 2004년 1월 20일자 참조>

지난해 8월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된 후 정부는 그해 11월 16일부터 4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강제추방을 단행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추방에 맞서 전국 각지에서 농성을 벌이자, 정부는 1월 17일 자진출국 시한을 2월까지 연장하고 그때까지 자진출국 하는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토록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해결방안이 현실성 없는 허울좋은 이야기"에 불과하다며 출국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농성단은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천여 만원이 넘는 큰 돈을 주고 왔는데 이는 한국대사관, 출입국사무소, 인력송출업체, 중기협으로 구성된 비리커넥션 때문이므로 비리카르텔의 뿌리를 뽑아 입국비용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월급이 반으로 줄어도, 구타를 당해도, 성폭행을 당해도 직장을 옮길 수 없어 불법 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제도를 먼저 바꾸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임을 지적했다. 농성단은 "절망을 향해 자진출국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합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방안은 자진 출국하는 노동자들에게 1순위 심사를 보장하는 각서 하나도 약속하지 못하는 믿기 어려운 제안"이라고 비판하며 자진출국 거부 운동을 지지하고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끝까지 연대할 것임을 밝혔다.